[이슈분석] 세제 개편으로 인기몰이하는 '중개형 ISA'
[이슈분석] 세제 개편으로 인기몰이하는 '중개형 ISA'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1.03.11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증권사가 지난달 처음으로 선보인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도입된 ISA 계좌의 업그레이드 버전 금융투자 종합관리통장으로, 비과세 혜택은 그대로 받으면서 기존 ISA 통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주식 매매 기능이 추가된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중개형 ISA를 출시했다. 특히 삼성증권이 출시한 중개형 ISA 신규 계좌 가입자 수는 일주일만에 2만5000계좌를 돌파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도 해당 상품을 내놓았고, 다른 증권사들도 이달 중 중개형 ISA를 선보일 계획이다.

중개형 ISA는 국내 상장주식, 신주인수권, 공모펀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증권),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원하는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할 수 있으며 별도 보수도 없다.

그간 증권사들이 운용해왔던 ISA 계좌는 가입자 본인이 은행, 증권사 등 신탁업자를 통해 운용지시를 내리는 신탁형과 가입한 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증권사가 자동으로 운용해주는 일임형 2가지가 전부였다. 이들 모두 긴 의무보유 기간, 가입자 제한 등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21년 세제개편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시된 중개형 ISA는 가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기존에는 소득이 있는 사람만 ISA 계좌 가입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만 19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15세 이상 19세 미만이라도 근로 소득이 있다면 가입 할 수 있다. 또 기존 5년의 가입기간을 3년으로 축소했고, 만기 연장도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연 2000만원,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하는 투자금도 이월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예를 들어 가입 1년차에 1000만원을 납입했을 경우, 2년차에는 이월금액인 1000만원과 한도금액인 2000만원을 합한 3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세제 혜택의 폭도 확대했다. ISA 계좌는 국내 상장 해외 ETF를 포함한 해외 펀드의 이익·배당·ELS 쿠폰 등 과세소득에 대해 가입 기간 내 최대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이익이 200만원을 넘어서면 배당소득세율 15.4% 대신 9.9%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또한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입어도 해당 손실금액을 다른 상품의 이익에서 차감하는 손익통산도 적용된다.

■ 계좌개설 고객 중 절반은 3040세대

ㅣ 삼성증권

삼성증권이 중개형 ISA 계좌 출시 이후 1주일 간 신규 개설된 2만5168개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3~40대의 비중이 49.4%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설된 총 계좌 중 88.8%는 주식으로 조사됐다. 이중 매수상위 1~3위는 삼성전자, KT&G, 삼성전자우로 모두 배당우량주였다. 이들 종목의 배당수익률은 2020년(연간) 기준 각각 3.8%, 5.42%, 4.11%로 투자자들은 평균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들 위주로 대량 매수해, 중개형 ISA의 장점인 배당소득 절세혜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은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시기인 30대와 늘어난 소득을 통해 본격적인 금융 자산 투자가 이뤄지는 40대에서 중개형 ISA의 가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탁월한 절세 혜택 덕분"이라며, "국내 주식에서 발생한 배당 소득에 대해 200만원 비과세는 물론, 200만원을 초과하는 배당 소득에 대해 기존 15.4%가 아닌 9.9%로 분리과세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이달 중 서로 다른 금융사 간의 ISA 이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세제개편으로 ISA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업계로의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증권사에서만 개설이 가능한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을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투자자들의 니즈와 맞아 떨어진다"면서,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은행업계에서 증권업계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ISA 시장에서도 이같은 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에 ISA 계좌가 없었던 신규 가입자들도 가능한 올해 안에 중개형 ISA를 만들어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중개형 ISA를 개설해 놓을 경우 매년 원금 기준 투자한도를 2000만원씩 늘려놓을 수 있는데, 이를 오는 2023년 도입이 예상되는 금융투자소득세 대비용 절세 계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