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시대-3] 5년간 18조 투자하는 SK...'세계 1위 수소기업' 노린다
[수소경제의 시대-3] 5년간 18조 투자하는 SK...'세계 1위 수소기업' 노린다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1.03.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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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지난 2일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세균 국무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액화수소플랜트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ㅣSK그룹

SK가 수소 사업에 향후 5년간 약 18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수소경제 시장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SK는 수소경제생태계 구축에 앞장섬과 동시에 세계 1위 수소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그룹 내에서 수소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계열사 SK E&S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ESG경영 기조 내세워 온 SK...수소경제에 방점

지난 2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인천석유화학에서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입한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사업 실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생산-유통-소비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수소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수소경제란, 2002년 제레미 러프킨이 자신의 저서 '수소경제'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운반·저장하며 최종적으로 수소 전력을 만들어 소비하는 경제를 뜻한다. 향후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의 대안으로, 탄소경제에 대비되는 '미래의 경제'로도 불린다.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줄곧 ESG경영(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을 외쳐온 SK는 자사의 강점인 석유화학과 LNG 사업 경험 등을 활용,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에 적극 기여할 방침이다.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최 회장은 "수소는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산에 소요되는 부지 면적이 작아 국내 환경에 적합한 친환경 에너지"라고 소개하면서, "SK가 앞장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업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의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2단계로, 첫 단계는 2023년까지 인천시의 ‘바이오∙부생 수소 생산 클러스터 구축 사업’과 연계해 부생수소 기반으로 액화 수소 3만톤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톤을 보령LNG터미널 인근에서 추가 생산해 세계 선두의 수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회사는 1단계에 생산하는 액화수소 3만톤만 해도 나무 1200만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탄소저감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2단계에서 청정수소 25만톤을 추가 생산하면 연간 총 28만톤의 친환경 수소가 국내에 공급된다.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있다. SK 측은 이 과정에서 제조업과 연료전지 등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해 20.9만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사회·경제적 편익 34.1조원을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를 넘어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수소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도 힘을 모은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난 최태원 회장은 양사 경영진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수소사업 협력 강화 방안과 국내 기업간 수 CEO 협의체인 ‘한국판 수소위원회’ 설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SK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차량 약 1500대를 현대차가 생산한 수소전기차로 전환한다. 또 전국 SK 주유소에 수소충전소와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는 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구축하고, 수소차 제조 기술을 보유한 현대차가 이를 적기에 공급하면 국내 수소경제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최태원 회장의 생각이다.

아울러 미국 수소 시장 선도기업인 플러그파워와도 합작법인을 세운다. 앞서 이 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SK는 플러그파워의 기술 및 사업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아시아 수소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십 구체화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힘 받는 SK E&S...주력사로 거듭나나

이 과정에서 가장 존재감이 부각되는 계열사는 SK E&S다.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이 회사는 그동안 비주력 계열사로 분류되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장남 인근씨의 입사로 관심을 끈 바 있다. 

SK E&S는 1단계 목표인 액화수소 3만톤 생산체제 달성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세우고,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3만평의 부지를 매입해 오는 2023년까지 연 3만톤 규모 수소 액화플랜트를 완공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 설비가 마무리 되면,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공급받은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 후 액체 형태로 가공한 뒤 수도권에 공급하게 된다.

또한 2025년까지 약 5.3조원을 투자해 천연가스(LNG)로부터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청정 수소 생산기지를 만든다. 이를 통해 SK E&S는 연간 25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규모의 청정수소를 단일 생산기지에서 생산하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기존 투자포트폴리오 바탕 위에서 친환경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인 SK E&S를 중심으로 수소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수소 생태계 구축을 통해 향후 밸류상승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수소 시장은 ESG 핵심 영역"이라며 "여러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탄탄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