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태원·구자열·허창수, 변화를 주도해라
[기자수첩] 최태원·구자열·허창수, 변화를 주도해라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2.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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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단체들의 새로운 회장 인선이 결정됐다.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각각 서울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GS명예회장을 연임키로 했다.

새 수장들은 잇따른 반기업법 제정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려야 하는 책임이 주어지게 됐다.

이에 회장들도 취임사에서 입을 모아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경영 방식과 산업 트렌드, 경제 단체 조직 등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우선 최태원 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구축'을 강조하며 개와 말의 수고를 자처했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환 과정에서의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회장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트렌드 변화 대응에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구 회장은 향후,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산업 재편에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6번째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허창수 회장은 우선적으로 전경련 내부를 정비하면서 다른 회장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작년 말부터 기업들은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이 제정되며 말 그대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에 경제단체 회장들이 직접 나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했지만 결국 무산으로 그쳤다.

기업들의 곡소리에도 정치권에서 법안을 강행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ESG를 중심으로 한 트렌드의 변화가 확실한 '명분'으로 자리 잡은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경제단체장들은 그야말로 현 상황을 반전시킬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재계에서도 처음으로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회장직을 맡으며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승선하며 경제단체장들에게 '세대와 다양한 산업 분야'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률안들이 강행되면서도 "너무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해야겠네..."라는 세간의 인식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이익'만을 보고 달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ESG경영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면, 경제단체장들이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법안들이 생겨날 것이다.

최태원·구자열·허창수 회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졌다. 다만, 이제 시작이니 그간의 피로감과 무기력함은 잊어야 한다. 세 회장들이 이끌어나갈 변화를 기대해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