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후계구도 새판짜는 하나금융...차기 하나은행장에 박성호 부행장 내정
[이슈진단] 후계구도 새판짜는 하나금융...차기 하나은행장에 박성호 부행장 내정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2.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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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박성호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

하나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대신 새로운 인물로 전격 교체하면서 내년으로 예정된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계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와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신임 하나은행장 최종 후보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을, 신임 하나금융투자 대표로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추천했다.

핵심 계열사 CEO가 바뀌면서 하나금융 후계 구도에 큰 변화의 파도가 일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박 부행장은 차기 회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있다.

박 부행장은 최근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과 함께 차기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지 하루 만에 은행장 단독 후보가 되면서 김 회장의 1년 임기 후에 차기 회장 후부군 중 가장 유력주자가 된 셈이다.

신임 하나은행장 최종 후보에 오른 박 부행장은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부행장까지 오른 정통 하나맨이다. 경영관리·디지털·글로벌 등 다방면에서 전문성을 쌓은 그는 조직이 힘들때 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그룹안팎에서 신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엄밀히 따지면 그는 정통뱅커는 아니지만 한국투자금융이 하나은행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은행원이 됐다. 그는 당시 관례대로 순환근무를 통해 다양한 은행업무를 섭렵하면서 뱅커로 거듭나게 됐다.

경영진에 합류한 이후 그는 하나금융 그룹전략총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하나은행 개인영업그룹장,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하나금융 회장 비서실장격인 경영지원실장을 지내면서 김회장과 손발을 맞춰왔기에 김 회장과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나금융 측은 "점점 커지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박 부행장은 디지털과 글로벌,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최고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김 회장의 선택은?

계열사의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김 회장의 고민은 차기 회장 후보군이다. 김 회장의 임기가 1년임으로 내년 초에는 차기 회장 선출이 시작돼야 하기에 올해 회장 후보군을 형성하고 능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박 부행장이 이번 인사에서 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이나 지성규 하나은행장을 제치고 최종 후보에 선정된 만큼 세대교체의 선봉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그는 34년간 하나금융에 몸담은 정통 하나맨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1년간 CEO로서의 능력을 검증받은 뒤 차기 하나금융 회장 자리를 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임 하나금투 대표로 내정된 이은형 부회장도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은형 부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로 2011년에 하나금융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을 맡아 하나금융의 중국 진출에 큰 공을 세운 점을 높이 평가 받는다. 다만 그룹에서 CEO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번에 그룹 핵심 비은행계열사 수장 경험이 향후 대권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초 차기 하나금융 회장 유력 후보군으로 꼽혔던 함 부회장과 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지 은행장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지 행장은 실적면에선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라임 사태로 인한 법률 리스크에 발목 잡혔다. 또 이진국 부회장은 최근 선행매매 혐의로 금융감독원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대표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책임부문제를 도입을 통해 함영주·이진국·이은형 부회장 3명 체제로 운영 중인데, 먼저 임기가 종료된 함 부회장은 이미 지난 1월 임기 1년이 연장된 상황이다. 이진국·이은형 부회장의 임기는 3월 중순께 만료되는데 국외사업만 맡아왔던 이은형 부회장이 국내사업부문과 함께 하나금투 대표를 맡게 되면서 부회장단 유지 방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법률리스크에 발목잡힌 CEO들을 경영 일선에서 배제했지만 부회장을 맡기면서 1년간 경과를 지켜보고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 행장과 이진국 대표가 부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먼저 부회장 임기가 연장된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로 현재 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서 금융당국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이진국 부회장과 지성규 행장의 거취는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아직 임기가 남아있어 3월 말에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