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ESG-2] ESG가 바꿔놓은 기업 '전략'..."생존 위해서 변해야 한다"
[대세는 ESG-2] ESG가 바꿔놓은 기업 '전략'..."생존 위해서 변해야 한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1.02.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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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지배구조연구원
이미지=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ESG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과, 신규 투자 유치, 국가 정책 수혜 등을 위해 반드시 ESG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다. 아울러 최근 국내에서 국민연금과 금융위원회 등이 ESG에 미흡한 기업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업들은 당장 지금부터 ESG 요소들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산업계는 이미 ESG 위원회를 창설하고,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는 등 ESG 경영을 강화하는데 한창이다. 특히, 올해에는 그룹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서 ESG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이 한 단계 진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그룹 총수들, ESG 경영 고삐..."착한기업 되겠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은 ESG 경영 강화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ESG 전문가들을 초빙하기 위해 사외이사 영입 전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CFO 주관으로 격상했다. 협의회가 경영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ESG 경영에 힘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경영사무국도 CEO 직속의 추진센터로 격상했고, 사업부 단위에서도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설립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ESG 관련 부서들의 권한을 강화했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도 지난해 11월 석탄 관련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친환경 금융'에 나섰다. 또 삼성물산도 '탈석탄 경영'에 나서며 친환경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로의 변화에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선두에 내세우며 지속가능경영을 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5대 지속가능경영 영역에 친환경 가치 추구와 더불어 건강한 조직문화와 지역사회 환원 등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 총수들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ESG 경영을 선보이고 있다. 전 계열사에 걸쳐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사회적 가치 창출 극대화를 위한 'SV 2030' 로드맵,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SOVAC(Social Value Connect), '파이낸셜 스토리'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LG그룹 계열사 8곳은 동반지수평가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앞서 인사에서 LG는 CSR 담당 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포스코와 효성그룹, GS그룹 등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탈탄소 시대'를 선언하며 철강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효성도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등에서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제조하는 등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KB그룹과 카카오, 네이버 등 산업 전반에서 ESG 위원회와 전담조직 등을 신설하며 전사적 차원에서 ESG 경영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SG가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전략 수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 평가 기준에 ESG를 적용하고, SK는 전사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 전반적인 수준 아직 미흡...ESG, 더 중요해진다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ESG 등급 평가에서 대부분이 아직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을 선보이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업이 하나도 없었고 이어 A+등급을 받은 기업이 16개사로 전체 2.1%에 불과했다. A등급을 받은 기업도 전체의 12% 정도밖에 불과했다.

반면, 평가에서 B등급(보통) 이하의 평가를 받은 기업은 저체 65%에 달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약 5% 포인트 가량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전체 비율에서 차지하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진행된 KCGS의 올해 1차 등급 조정에서는 포스코와 한화솔루션, 효성, 애경산업 등 7개의 회사의 등급이 하향됐다. 하향 원인은 근로자 사망 사고와, 그룹 오너의 법적 문제 등이었다.

최근 연기금과 운용사 등에서도 ESG를 중요 투자 요소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이 ESG 문제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사외이사 선임 등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압박을 넣을 것으로 알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지난 1일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단독 추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이 재계에서도 ESG 경영에 가장 관심이 큰 경영자로 평가받기 때문에 향후 국가와 기업간의 관계를 조율해 기업들의 ESG 경영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기업들이 반드시 선택해야할 요소가 되면서 기업들의 다방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며 "특히, 친환경 에너지와 사회환원 정책, 기업구조 변경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정부 등에서도 ESG와 관련한 정책들을 선보이면서 향후 기업과 정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ESG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