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 제판분리 성공조건은
[기자수첩] 보험 제판분리 성공조건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1.14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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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이한 보험업계에 제판분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제판분리는 보험사가 보험상품에 대한 개발과 판매를 분리 시켜 보험사는 상품을 개발·관리에 집중하고, 판매는 전문성을 갖춘 외부 법인을 통해 별도로 분리해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보험선진국의 경우 고객들의 상품 수요 변화, 불완전판매에 따른 판매자책임 강화에 따른 규제준수 리스크 관리, 각종 규제변화,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고비용 판매채널 효율화 목적 등을 배경으로 이미 제판분리가 진행됐다. 국내의 경우 10년도 전인 2008년 이후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원수사는 매출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거대한 힘을 놓지 못했고 GA는 책임과 권한의 부족을 외치며 전문성 등 필요조건을 갖추는 것을 소홀히 여겨 서로간의 이견 차이에 접점을 찾지 못해 중단된 바 있다.

최근 보험상품 판매수수료 개편을 앞두고 업계에 소문만 무성했던 제판분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3월을 목표로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켜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제판분리'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생명 상장과 PCA생명 합병을 주도한 보험 전문가 하만덕 부회장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로 이동도 마친 상황이다.

한화생명도 지난 연말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을 설립해 제판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한화생명의 경우 사내 전속 판매 채널을 물적 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한화생명 전속 설계사는 약 2만여명으로 미래에셋생명보다 더 큰 규모다.

보험사들은 시장 포화 상태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으로 제판분리 카드를 꺼냈다. 또 제판분리를 통해 제조와 판매가 각자의 영역에 집중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조직 슬림화와 보험 판매에 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선 대규모 인력이 이동하는 만큼 고용불안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를 두고 최근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각각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한화생명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한화생명의 발표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판분리를 반대했다. 노조는 회사가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생명 노조 측은 "제판분리는 본사와 현장 구분 없이 수많은 부서의 인력부족으로 이어져 되려 일자리를 흔들고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조처"라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노사문제는 성공적인 제판분리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럼에도 보헙업계의 혁신과 변화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변화없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공세에 시장을 그대로 내줘야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