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 이재용 재판, 다시 짚어보는 상식
[칼럼] 삼성 이재용 재판, 다시 짚어보는 상식
  • 이규석
  • 승인 2020.12.31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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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선수끼리 왜 이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가운데 하나다. 현실성없는 주장이나 발언에 대해 되받아칠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바로 그 대사가 나올법한 상황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출되고 있다.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결심공판. 

특검은 이 자리에서 "피고인 이재용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수용해 직무 관련 이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범행이다.  박 전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겁박을 거절 못 해 마지못해 들어준 수동적 뇌물이 아니다 "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특히 박근혜 전대통령과 이재용부회장이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윈윈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 혐의는 바로 '대등한 관계'를 전제조건으로 하고있다. 대등하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대통령이나 최순실씨가 무언가를 요구해도, 고민을 하지않고 거절할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부회장간의 관계가 수평적 관계였을까.  바로 이것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한국의 재벌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대기업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사회생활 2~3년이면 알게되는 일반상식에 해당하는 얘기다. 갑-을의 구조로 비유하자면, 박근혜 전대통령는 수퍼갑이고 최순실씨는 갑, 이재용부회장은 을도아닌 '병 또는 정'에 해당할만한 수직 구조에 있다고 바라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재용부회장측 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지위에 대해 "(대통령이) 질책하고 (이 부회장이) 질책받는 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재벌총수들은 물론 어지간한 기업들은 대통령의 말한마디에 그룹이 해체된 '비운의 역사'를 알고있다. 1985년, 국제그룹 공중분해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십년이 흘러 2020년에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거역할 재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지극히 상식적라고 경영인들은 입을 모은다.  빼앗길 게 없는자는 용감하지만, 잃을 게 많은 재벌은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상식을 특검은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이재용 부회장측의 혐의를 추궁하는 형국이다. 

현 정부에서도 재벌총수들은 청와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이른바 괘씸죄에 걸리지않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수퍼갑'인 게 현실이다. 적어도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고 봐야 합리적이다. 오죽하면, 여의도 정가에서 야당의원들이 "지금이 조선의 왕조시대냐"라는 원성이 나오지 않는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마지막 심판대에 올랐다. 그의 혐의는 대통령과 측근실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또한 거부하지못하고 응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재벌총수들이 생존하는 방식이다.  

이 단순한 '갑을구조'를 인정하지않은 채 제기되고 있는 혐의는 많은 흠결을 안고 있는 것이고, 다수의 국민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 이른바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른, 비상식의 잣대로,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그의 발목을 옭아매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역차별을 당해서도 안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법의 정의일 것이다. 

30일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포털에 올라온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려있다. 한 네티즌은 "이건 아니지싶다. 그 많은 대기업오너들도 다 반강제로 뇌물줬는데, 왜 삼성만 잡고 난리냐"라고 적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정직2개월'  징계처분 정지로 출근하게되자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총장 스스로 '상식의 실종시대'에 살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수많은 삼성 소액주주들과 적지않은 국민들은  '이재용 재판'에서 납득할만한 '상식의 복원'을 기대하고 있다. 

[비즈트리뷴 이규석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