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은행]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 은행
[2021-은행]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 은행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1.01.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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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은행산업에도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접목되며 금융혁신이 촉진되고 있다. 디지털금융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두는  '디지털'이다.  

■ 2021년 조직개편...'디지털 금융'에 초점

대면거래 수요가 기조적으로 축소돼 오던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는 은행의 디지털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연말 조직개편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조직도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디지털'사업이다. 본격적으로 디지털 사업 규모 확장과 시장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달  플랫폼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기능별 조직체계를 고객 관점으로 대폭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디지털 혁신과 영업의 연계성을 컨셉으로 영업·디지털그룹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외부에서 '디지털 지휘관'을 영입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초 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리더로 영입했다. 김철기 디지털 혁신단장도 외부에서 영입된 빅데이터 전문가다.

평소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임직원들과의 자리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들의 패턴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기존 고객 데이터 활용도·빅데이터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능력 등을 제고하고 디지털 관련 인재양성 등에도 힘써야 한다"며 "빅테크와의 제휴 협력도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금융이 확대되면서 은행산업의 업무 및 경쟁 환경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지게 됨에 따라 은행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며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제도화됨에 따라 빅테크가 경쟁력을 갖고 금융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빅테크는 금융산업에서 후발주자이지만 플랫폼 내 풍부한 고객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 충성스러운 고객군을 갖고 있어 핀테크와는 달리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은행과의 경쟁관계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환경 변화...신 3저

은행산업 자체의 혁신적인 변화뿐 아니라 은행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크게 달라지고 있어 은행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금리, 저출산의 신 3저라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고스란히 은행 경영환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 대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저성장이 앞으로도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자이익 위주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은행들에게 저성장에 따른 대출수요 감소는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의 수익성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 물 금리 추이를 살펴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12.9%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에는 1.5%를 기록했다.

서 연구원은 "국내은행은 비이자이익 확대, 해외진출 확대, 디지털금융 강화 등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저성장 지속 시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 은행들의 여신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므로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합계출산율은 2018년부터 1명 아래로 떨어져 2019년에는 0.92명을 기록하고 있다. 총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997년 6.4%를 기록한 이후 계속 상승해 지난해 말 14.9%에 달했다.

서 연구원은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감소시켜 우리경제의 실질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잠재성장률도 하락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들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올해 상반기 현재 각국 실물경제가 침체하고 있다. 각국은 전염병에 의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투입과 통화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늦어지면서 경기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신 3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