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진옥동 신한은행장, 일류 신한 위해 '2년 더'
[CEO] 진옥동 신한은행장, 일류 신한 위해 '2년 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0.12.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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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관행을 깨고 신한은행·카드·생명 등 계열사 사장단을 2년씩 연임시키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는 사장단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고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실력 인정 받아

그간 진 행장의 연임여부를 앞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특히 연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였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진 행장에게는 호재였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년 2월로 미뤄지면서 연임에 대한 걸림돌이 제거됐다. 

연임성공의 열쇠는 무엇보다 경영성적표였다.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7650억원으로 전년(1조9763억원) 대비 10.7% 감소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저금리 기조·금융투자상품 이슈 등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계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전년동기(3061억원) 대비 67.2% 증가한 5116억원을 기록했다.

진 행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부문 강화에도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디지털 채널을 통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4% 증가한 2436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디지털 전환에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올해 디지털 실적은 지난해 기록했던 284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 '쏠(SoL)' 가입자 수는 10% 이상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쏠 고객수는 1220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30만명 늘어났다. 월간 사용자 수(MAU)는 690만명을 돌파했다. 오픈뱅킹 고객도 230만명으로 자금 순유입은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진 행장의 경영철학...그룹 비전 실현의 마중물

'일류(一流) 신한'이라는 그룹 비전을 달성하는 마중물은 진 행장의 경영철학인 '고객중심성장'이다.

고객은 단순한 이익 창출의 수단이 아닌 은행업이 존재하는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게 진 행장의 지론이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 수장에 올랐던 지난해 3월 첫 일성으로 '고객 중심' 철학을 내세웠다. 진 행장은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번째로 기억해야 할 가치는 바로 고객"이라는 게 핵심이다.

당시 진 행장은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말을 종종 되새긴다"며 "은행은 고객의 이익실현을 목표로 나아가야하며, 그 과정 속에서 은행의 이익을 도모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업(業)을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의 대전환'을 지난해 전략 목표로 삼아 다양한 경영 성과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취임 첫 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3292억원으로 전년(2조2790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진 행장은 "고객 중심으로 영업 체계를 갖추기 위해 기본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고객 퍼스트' 전략을 올해에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신(新)성과평가체계인 '같이 성장 평가제도'의 일환으로 ▲기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 ▲고객가치성장 지표 반영 ▲결과보다 이행과정평가 중심 등을 도입했다.

영업점 평가체계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재설계한 게 대표적이다. 임직원들이 투자상품 판매절차준수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자체 평가 점수 70점 미만 영업점은 판매를 중단시켰다. 또 '투자상품 판매정지' 제도를 도입,  고객보호시스템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독려했다.  

진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같이성장은 고객 가치 향상을 통해 고객과 같이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고 진정한 성과는 과정의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당성은 결국 성과의 질을 높이고 고객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진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과제는 적지않다. 

무엇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평소 진 행장은 임직원들과의 자리에서 비대면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소비자들의 패턴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지휘관'을 외부에서 영입해 보수적인 은행권의 순혈주의 틀을 깨기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달초 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김혜주 전 KT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디지털 혁신단'을 이끌어나갈 리더로 영입했다. 김철기 디지털 혁신단장도 외부에서 영입된 빅데이터 전문가다.

김혜주 상무는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관련 실무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다. 김준환 상무는 빅데이터와 AI를 현업에 적용, 사업 모델화하는데 강점을 지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금융권에서 시중은행은 물론 핀테크 업체들까지 데이터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생활금융을 중심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 데이터사업에서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 행장의 새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 요건 적합성 여부 등을 검증하고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