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재계 사로잡은 'ESG경영'..."사회적 가치, 선택 아닌 필수"
[이슈진단] 재계 사로잡은 'ESG경영'..."사회적 가치, 선택 아닌 필수"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12.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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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gettyimagesbank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이 최근 대기업의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히 매출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는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기업도 이제는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환경과 사회를 위하는 경영을 추구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패러다임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국내 대기업, ESG 전력 수립 '총력'

ESG경영 기조는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은 '탈석탄'을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ESG 투자를 확대해,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각 사업장의 ESG 실태를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친환경 측면을 담당하는 기존의 환경안전 센터의 운영과 별개로 운영되는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신설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월 2025년 배터리 전기차 56만대, 수소 전기차 11만대 목표를 설정하고 흐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사적 ESG 경영추진을 위해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하고 '현대건설 2025전략'을 발표하며 신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분야 사업의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외에도 포스코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효성은 '그린경영비전 2030 전략'을 수립하고 '환경안전보건 위원회'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KB는 지난 8월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현재 약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KB GREEN WAY 2030’을 발표했다.

■'ESG 리더' 나서는 총수들

최태원 SK 회장이 30일 경북 안동시 소재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개막식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ㅣSK
최태원 SK 회장이 30일 경북 안동시 소재 전통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포럼 개막식에서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ㅣSK

SK그룹은 총수가 직접 재차 강조할 정도로 ESG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SK는 계열사 16곳에 ESG 전담 조직을 신설했으며, SK하이닉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함께 2050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100%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말 최태원 회장은 군산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업클러스터 구축 및 데이터센터 유치 투자 협약식’ 축사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비전의 제시'와 'ESG 경영'은 SK그룹의 핵심 테마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상하이 포럼에서도 환경·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앞서 열린 도쿄 포럼, 베이징 포럼에서 ESG 중심의 글로벌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ㅣ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ㅣ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재차 'ESG경영'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0월 창립 68주년 기념사에서 경제·사회·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전사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한화는 "국제사회의 ESG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방산부문의 기존 분산탄 사업을 그룹 사업에서 떼내 완전히 매각했다"고 밝혔다. 분산탄 사업은 유럽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돼 투자가 금지됐는데, 한화 국제사회가 제기해 온 환경·사회책임 문제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그룹 계열사 한화솔루션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태양광 및 그린수소 사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강조했다.

한화그룹 측은 "한화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에너지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무한한 친환경 에너지 자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책임투자' 부각...ESG 투자, 지속 확장세

한편 증권가에서는 세계적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ESG 채권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 그린 본드 등 ESG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ESG 채권 발행목적에 맞는 분야가 활성화되는 것도 채권 발행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기관투자자들이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에 행동 변화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환경과 관련된 기업활동 변화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면서 수익률이 높다는 분석도 ESG 경영 트렌드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ESG 경영은 수익률로 말할 수 있는데, 실제로 ESG 등급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률 또한 우수했다"면서 "MSCI가 2015~2018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와 시가총액 관계를 조사한 결과, 배출량은 적극적으로 줄인 상위 30사 시총은 2017년 대비 15% 증가한 반면, 하위 30개사 시총은 1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ESG가 수익률 상승을 온전히 대변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지만, 환경과 재무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을 감안한다면 향후 매출액 증가와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