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된 청문회는 개선돼야
[기자수첩]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된 청문회는 개선돼야
  • 박환의 기자
  • 승인 2020.11.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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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박 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고 여야 원내대표는 이에 동의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논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청문회로 철저히 하고, 정책 능력 위주로 검증하는 청문회가 돼야 함을 여야 모두 동의한 것이다.

그동안의 청문회를 돌이켜 보면 화제가 됐던 건 항상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였다. 언론은 정책보다는 후보자의 도덕성에 흠이 가는 의혹 위주의 보도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대중이 의혹에 집중하는 동안 국가의 대소사가 달린 정책적 문제는 들여다볼 틈이 없었다. 후보자가 가진 정책적 역량과 신념에 대한 논의는 더욱 뒤안길로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국민은 후보자 개인의 사생활을 알게 된다. 수술기록, 자녀의 사생활,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도덕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이 모든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나치게 소모적인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책을 청문회에서 논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자리,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고위공직자의 정책적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머리는 빌려쓰면 그만이라던 김영삼 대통령의 말이 유효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복잡한 사회일수록 후보자 개인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안에 접근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전문성이 없는 공직자가 정파성에만 따라 정책을 집행한 대가를 많이 치러왔다. 복잡한 사안들의 논의가 정책을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논의돼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또한 민주화 이후로 옳고 그름이 절대적인 사안도 드물다. 기술의 발달과 자본 시스템의 발전이 낳은 사회적 갈등은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잣대가 아닌, 우리가 무엇이 옳다고 합의하는지에 따라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알려면 충분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정책별로 숙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 스스로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논의해볼 수 있다. 그런 논의들이 더 빨리, 더 깊이 진행될수록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용 낭비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고위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덕성이 전제돼야 외부적으로 신뢰를 받아 정책을 수행할 수 있고, 신뢰받는 리더여야 집단 내부적으로도 결집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감이 있다.

안타깝게도 여론은 우호적이지 못하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71%가 도덕성 검증 비공개 청문회에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정치권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청문회에서 완벽하게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국민들에게 설파하고 신뢰를 주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을 설득해, 정책적 문제에만 골몰할 수 있는 생산적인 청문회가 되길 바라본다.

[비즈트리뷴=박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