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소문난 테슬라 '배터리 데이'...실상은 "별 것 없었다"
[이슈진단] 소문난 테슬라 '배터리 데이'...실상은 "별 것 없었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9.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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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배터리데이를 진행했지만 국내 증권가에서 '특별한 것 없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이날 새벽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배터리 데이'를 행사를 진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사장은 행사에서 2차전지 가격을 50% 이상 낮출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해 향후 전기차 시장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다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발표한 내용들이 국내 배터리 시장을 뒤흔들 만한 특별한 신기술이나, 비전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아울러 증권사들은 이 영향으로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자료=테슬라
자료=테슬라

■ 테슬라 "주행거리 늘리고, 원가 낮출 것"

테슬라는 이날 향후 전기차와 재생에너지의 수요가 지난해 0.106TWh에서 오는 2035년 20TWh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차세대 배터리 폼팩터 '4680'을 통해 전기차의 가격을 최대 50%까지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셀 디자인 변화 ▲셀 제조 변화 ▲실리콘 옴극재 채용 확대 ▲양극재 원료 변화 ▲부품 경량화 등 5가지 원가/성능 개선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셀 디자인 변화를 통해 테슬라는 원가를 14%까지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원통형 전지의 폼팩터를 2170에서 4680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전지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 에너지밀도 5배, 출력 6배 이상을 자랑한다.

이어 셀 제조 변화를 통해서도 원가 18%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식 전극 코팅 기술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이 기술은 용매 사용이 없이 활물질과 바인더 등을 혼합해 건식 파우더를 만는다. 이를 필름 전극으로 만든 후 집전체상에 라미네이션 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실리콘 옴극재 채용확대와 양극재 원료 변화를 통해서도 각각 원가 5%, 12% 개선이 기대된다. 실리콘은 산소 다음으로 가장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또 니켈 함유량을 높이고 코발트 함유량을 축소할 예정이다.

끝으로 부품 경량화 등을 통해서도 원가 7% 개선이 가능하다. 2차전지 폼펙터 변화로 사용 부품수가 감소하는 점도 원가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테슬라는 이날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도 소개했다. 머스크 사장은 "한달 내로 완전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대폭 개선에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정혁신으로 배터리 가격을 현재보다 56%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며 "특히, 자동차의 차체와 배터리 셀을 통합시키는 기술을 도입해 원가를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가 "국내 배터리 업체 위협 못한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테슬라 배터리데이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테슬라에서 제시한 내용들이 현실적인 부분이 많아 충분히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내재화 배터리는 결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낮다"며 "LG화화 기준 테슬라의 긴기술 로드맵은 크게 다르지 않고, 테슬라도 오는 2022년이 지난 후에야 신기술이 안정된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인 LEP와 건식전극을 활용한 배터리 경쟁력도 LG화학이 2021년 2분기 샘플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결국 2022년 이후부터는 동일선상에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발표는 새로운 기술 제시보다는 기존 배터리 공정의 생산성 개선에 촛점이 맞춰져있다"며 "기존 기술의 개선 성격이 큰 만큼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유사한 기술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에게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우려들도 소멸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데이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소멸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를 포함한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는 행사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6.84% 하락했다. 또 23일 11시 30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LG화학이 3% 넘게 하락하고 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2%, 1% 넘게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