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주-이스타의 진흙탕 싸움, '등터지는' 직원들
[기자수첩] 제주-이스타의 진흙탕 싸움, '등터지는' 직원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7.16 2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양측의 '양보'와 '배려'없는 진흙탕 싸움에 눈쌀이 찌푸려진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여전히 인수합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에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이스타항공이 지난 15일 제주항공에 이와 관련해 답변을 했지만,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마감 시한인)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 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도 "주식매매계약서 상의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며 "선행조건이 완료된 만큼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받아쳤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은 결국, 다시 '누구의 책임인가'로 돌아왔다. 앞서 양측은 인수합병 문제와 관련해 '폭로전'까지 이어가며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기 위한 명분을 쌓아왔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책임론'까지 언급되며 '폭탄 넘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물론, 이상직 의원과 정부까지 줄곧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은 임금체불 문제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줬고,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리스사, 정유사 등에게 비용 탕감을 요구했다. 물론 정유사 등은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이스타항공의 요청을 거절했다. 또 노조측에는 체불 임금과 관련해 일부를 포기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제주항공도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에 구조조정과 셧다운과 관련해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단순 문의한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제주항공의 해명이 '책임'있는 행동이었는가'는 의문이 든다.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같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보다는 '남일'이라는 뉘앙스가 강해보이기 때문이다.

이상직 의원을 포함한 이스타홀딩스의 오너 일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해 책임지라는 노조의 주장에 주식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번 문제를 '손절'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특히, 관련 기자회견에서 직접 총수 일가가 나오지 않고 '대독'을 진행하며 주식만 헌납한 모습에서 '진정성'은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눈치'만 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용노동부가 양측의 의견을 들으며 '중재'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지원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기업에 무조건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더러, 국민 여론과 정치적인 부담까지 혼합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이스타 직원 1600명의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양보에는 손해가 따른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다만, 한쪽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다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이미 충분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만큼, 향후 인수합병 무산 후 파산 수순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의 모습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