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의 '무관용 원칙', 디지털 성범죄 근절의 첫걸음 되길
[기자수첩] 카카오의 '무관용 원칙', 디지털 성범죄 근절의 첫걸음 되길
  • 윤소진 기자
  • 승인 2020.06.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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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은 일명 'N번방 사건'으로 은밀하게 자행되던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3월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지도 벌써 100여일이 지났다. 온라인 속에서 입에 담지 못할 잔인한 성범죄가 벌어지고, 심지어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피해 사례는 온 사회의 공분을 샀다.

정부는 부랴부랴 'N번방 재발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일각에선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적 검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안이 명확히 담기지 않아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 사업자에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할 의무 등을 부과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됐다. ㅣ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찰영물에 대한 삭제·접속 차단 등 유통방지 조치의무 등을 부과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N번방 방지법은 조치 대상을 '일반에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로 한정하고 있지만, 카톡 오픈채팅이나 네이버 비공개 카페 등은 공개 정보인지 비공개 정보인지 구분이 불분명하다. 이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채 법이 시행되는 경우 사적 검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이러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카오는 지난 24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운영정책 조항을 일부 신설하는 등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타인의 성착취 행위 금지 정책 및 아동·청소년 성보호 정책이 신설된 것이다. 이는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다른 카카오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카카오는 이전에도 카톡에서 음란물 등을 전송할 경우 1회만 신고돼도 영구정지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관련 조항 신설로 좀 더 명시적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정책을 수립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카카오는 이번 운영정책을 수정하면서 알고리즘 윤리 헌장에도 관련 조항을 7번째로 추가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아동·청소년 관련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방침을 강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디지털 세상 하에서의 아동·청소년 보호에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성행위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경제적 취약점 등을 이용해 진행되는 그루밍(grooming) 문제도 금지 행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에 의해 해결될 수 있으니,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지키려는 카카오의 노력에 이용자들도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변경된 운영정책은 카카오 전 서비스에 다음 달 2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카카오 홈페이지 캡쳐
카카오 운영정책 신설 조항 ㅣ 카카오 홈페이지 캡쳐

카카오 측은 이번 정책 시행을 통해 일각의 사적 검열 등에 대한 우려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비롯한 사적인 영역에 있는 다수의 서비스는 회사 측이 검열하거나 모니터링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카카오의 이번 변경된 운영정책 시행의 키는 이용자가 쥐게 된다. 이용자의 적극적인 감시와 능동적인 신고를 통해서야 카카오도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중 최초로 시행되는 카카오의 이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정책은 '명문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카카오의 '무관용 원칙'이 우리 사회에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비즈트리뷴=윤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