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화, 김동관 '큰 그림'으로 신성장먹거리 가속
[이슈분석] 한화, 김동관 '큰 그림'으로 신성장먹거리 가속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0.06.1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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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니콜라에 선제 투자…지분가치 7배 이상 뛰어
“태양광∙수소 아우르는 친환경·신재생 에너지社로”
니콜라 트럭ㅣ니콜라 

한화그룹이 미국 수소트럭업체인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을 한번에 날려버렸다.  신성장 미래 먹거리로 꼽을 만한 수소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총 1억달러를 니콜라에 투자했다.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상장 이후 7억5천만달러로 급증했다.  

■증명된 '3세' 김동관의 안목

하루 새 1조원을 벌어들이며 한화의 능력치를 끌어올린 주역은 '경영 3세' '경영권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부사장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의 스타트업이었던 니콜라 창업주 트레버 밀턴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친환경,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동 목표에 합의했다. 지구촌에서의 지속가능한 사업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과감히 '수소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ㅣ한화솔루션

한화그룹이 지분을 투자한 니콜라 가치는 이달 초 미국 증시 나스닥(NASDAQ)에 상장 직후 무려 103% 급등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차량을 한대도 출시하지 않고도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의 시가총액을 넘은 이 회사에게는 자연스레 '제2의 테슬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한화그룹 또한 미국을 비롯 글로벌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니콜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6.13%의 지분을 가진 한국의 한화로도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한 니콜라 지분 가치는 7억5000만달러로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두 회사는 2018년 11월 약 5000만달러씩, 총 1억달러를 선제적으로 투자해 합병법인 지분 6.13%를 보유 중이다. 지분 투자에 나선 지 1년6개월 만에 보유 지분 가치가 7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도 한화그룹에 주가로 화답했다. 지난 8일 (주)한화는 26.7% 상승한 2만8950원, 한화솔루션은 전날보다 6.69% 오른 1만83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그룹의 니콜라 투자 결정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당시 한화에너지는 북미 지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장을 고민하던 터였다.  또 한화종합화학은 해외에서 친환경 융복합 사업 신규 진출을 추진중이었다. 그룹측은 결국 니콜라와 '코드'가 맞을법한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확학의 공동 투자로 의견을 모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여러 계열사 중 두 회사의 장기 성장 방향성이 니콜라의 사업 모델과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니콜라에 대한 정보와 수소 사업 전망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수집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10여년 동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은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총괄 전무(현 한화솔루션 부사장)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전무는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전문가 그룹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섰고, 실무진과 함께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을 직접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니콜라의 사업 비전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한화의 미래 사업 방향과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 부사장과 밀턴은 지금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잭팟 터뜨린 한화, 향후 그림은?

이번 투자 성공으로 한화그룹의 '친환경 미래 사업'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화그룹은 니콜라 상장을 계기로 미국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화큐셀은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수 있고,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수소 충전소용 탱크나 트럭용 수소 탱크를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 보유 역량 극대화를 통해 수소 생태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기후 변화 적극 대응을 위해 태양광은 물론 수소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계열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미국 셧다운 영향이 적어 1분기 실적은 좋았으나 2분기가 1분기만큼 좋아질지는 잘 모르겠다"며 "주주친화정책도 강력하게 하고 IR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수소시장 진출 기대감 있지만 속단은 일러"

물론 장밋빛으로 바라만 보기엔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주가급등은 향후 수소충전소 운영이나 수소탱크 공급 등에 계열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사업에 실제 참여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고, ㈜한화의 니콜라사에 대한 간접 지분율은 한화솔루션 및 한화종합화학으로 이어지는 지분율을 감안 시 0.4% (약 1.1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 니콜라사가 상장 초기로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음을 감안하면 ㈜한화의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니콜라, 어떤 회사인가

한화가 투자한 니콜라는 창업주인 밀턴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2018년과 2019년 한화, 독일 보쉬, 이탈리아 CNH 인더스트리얼(이베코 트럭 제조사)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아 수소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20km)을 갈 수 있는 수소 트럭(FCEV)과 유럽을 겨냥한 전기 배터리 트럭(BEV)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기업 가치는 122억달러로 평가된다.

니콜라는 미국 본사 피닉스 인근인 쿨리지에 최첨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부터 전기 배터리 자동차 판매를 통해 미국∙유럽 트럭 시장에 진출한 뒤, 이르면 2023년 수소 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니콜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미 100억달러가 넘는 1만4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선주문 받아 놓은 상태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