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족쇄, 규제의 역설
[기자수첩] 대형마트 '의무휴업' 족쇄, 규제의 역설
  • 박진형 기자
  • 승인 2020.02.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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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 증가, 소비패턴 변화, 온라인쇼핑몰 강세, 소비심리 저하… "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괴롭히는 주범들이다. 한때 월마트 같은 외국계 대형기업을 물리쳤던 이마트였지만 현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실적이 저조한 점포 200곳을 정리한다고 선언까지 했다. 홈플러스도 단계적으로 매장을 축소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부터 줄곧 따라온 '의무휴업일', '영업시간 제한' 규제의 부담은 천근만근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도 좋지만, 대형마트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제도의 '당위성'이 훼손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4%나 떨어진 1507억원이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3% 줄었다. 마트와 슈퍼 부문에서 손실이 막중했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4%였다가 18년도엔 2.5%로 고꾸라졌다. 19년도 9월엔 2.3%로 더 내려 앉았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약진에 따라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의무휴업일' 규제는 낡은 제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들린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전통시장 구도로 볼 게 아니라, 대형마트와 온라인 경쟁 구도로 봐야 한다"며 "일요일은 평일 대비 매출이 2~3배 많이 나오는데 규제를 하게 되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의무휴업 등 내용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두고 이커머스 업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표현한다.

강제휴업으로 대형마트는 해마다 3조원대의 매출 손해를 입는다. 마트만 그런 게 아니다. 또 다른 이름의 '영세상인'도 피해를 입는다. 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과 중소협력사, 마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 보호, 대중교통 이용 증가를 위해 2001년 시행됐던 '백화점 셔틀버스 규제'가 가져온 결과도 애초의 목적과 전혀 달랐다. 주변의 재래시장 매출은 규제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대중교통보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교통혼잡만 키웠다.

알코올 중독과 술로 인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시행됐던 미국의 금주법도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주류의 양조, 판매, 운반, 수출입이 규제되면서 술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공업용 메틸알코올을 대신 먹기 시작했면서 사상자도 발생했다.

좋은 취지로 포장된 법 하나가 누구에게 해코지할 지 모를 일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2차 협력사일까, 그 가족들일까, 수많은 소비자들일까. "그냥 가만히 있지만 말고 아무 규제나 하나 잡아서 해제하도록 하세요"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수석 비서관이 외쳤던 말이 새삼 반갑게 들린다.

[비즈트리뷴=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