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신있는 애널리스트, 당신을 응원합니다
[기자수첩] 소신있는 애널리스트, 당신을 응원합니다
  • 이기정 기자
  • 승인 2020.02.19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익 증가세 둔화로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내린다‘

지난주 A증권사 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특이점이 없지만 이 보고서에는 ’모회사‘라는 단어가 꼬리표로 붙어 있었다.

이 보고서는 A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모회사 B기업의 목표주가를 하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증권사 외에도 이날 B기업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의견을 낸 증권사는 5곳 이상.

그러나 이날 나온 기사들에서는 A증권사의 보고서를 다룬 기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기사에서는 ‘모회사, 목표주가 하향’이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더불어 일부 기사에서는 ‘한식구’, ‘자회사마저’ 등의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다른 증권사들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B기업의 최근 상황을 반영한 애널리스트의 분석만이 담겨있었다.

물론, 다른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보다 A증권사의 보고서가 더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팔이 안으로 굽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온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우선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왜 보고서에 ‘모회사’라는 사족이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는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작성한 보고서일 뿐인데 왜 주목받는지 모르겠다”며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과 분석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언론의 대응은 애널리스트의 소신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입장에 불과한데, 이러한 관점으로 이슈화되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며 “의견을 밝힌 것이 소속된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점이 강조되면, 다시는 이러한 보고서를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보고서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관점에서의 해석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매도 의견이 적다’, ‘편한 종목만 분석한다’ 등 애널리스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신 있게 할 말하는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이런 애널리스트를 우리가 불필요한 ‘사족’으로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애널리스트들이 지금과 같은 소신을 앞으로도 보고서에 담기를 바라본다. 

[비즈트리뷴=이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