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 선임 '올스톱'...손태승 뚝심 '김정기' vs 노련함의 '권광석'
우리은행장 선임 '올스톱'...손태승 뚝심 '김정기' vs 노련함의 '권광석'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2.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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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부행장, 애초 차기 행장 유력...손 회장 징계로 '불투명'
권광석 대표, 대내외 소통 '적임자'...차기 행장으로 급부상
행장 선임 절차 중단...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가운데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기 행장 선임 '키'를 쥔 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손 회장의 예상 밖 중징계 처분으로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였던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의 거취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히려 그룹 안팎으로 다양한 인맥과 경험을 갖춘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를 차기 행장으로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이었던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왼쪽부터)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군이었던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현재 차기 행장 선임 절차를 장점 중단한 상태다.

애초 임추위는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등 3명을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에 올린 뒤 단독 후보를 가리기 위한 회의를 이어왔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최종 후보 3인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등 심층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 31일 단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은 돌연 후보 선임 작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날인 30일 손 회장이 금감원 DLF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 처분을 받으면서다. CEO 등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는 규정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임추위로서는 손 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차기 행장 후보 선임 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손 회장이 발탁한 인물로 유력한 행장 후보인 김 부행장을 대신해 권 대표가 임추위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63년생인 권 대표는 울산 학성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에서 미국 워싱턴 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을 맡았다. 이후 우리PE 대표이사를 맡아 IB(투자은행)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뒤 현재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로 재임 중이다.

그동안 권 대표는 IB업무와 해외IR 경험이 많아 은행의 CIB와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혀왔다. 조직 포용력은 물론 그룹 홍보실장, 대외협력단장 등을 거치며 대외적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물로도 통한다.

우리은행의 주요 주주이자 사외이사 1석을 점유하고 있는 IMM PE와 새마을금고의 관계도 권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새마을금고는 2016년 우리은행 지분을 취득하려는 IMM PE에 1700억원을 출자해준 바 있다.

물론, 손 회장과 오래 손발을 맞춰온 김 부행장이 손 회장의 공백을 대신해 오히려 안정적으로 은행을 이끌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장기화 등 어려운 시기에 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그룹 자산과 순이익 성장을 이뤄낸 손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김 부행장인 만큼 그에 대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손 회장이 금감원의 징계를 받아들이고 회장 자리를 내려놓을 경우 행장 선임이 원점으로 돌아가 후보 선정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현재 손 회장은 이번 DLF 제재심 결과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종 후보군에 오른 분들 면면이 모두 대단하다 보니 임추위에서도 의견이 상당히 팽팽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행장 선임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있어서 결과를 더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