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DLF 제재심 치열한 공방전 예상...과거 사례 비춰보니
'D-1' DLF 제재심 치열한 공방전 예상...과거 사례 비춰보니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1.15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하나은행 경영진 중징계 확정 여부 '촉각'
금감원vs은행, '내부통제 미흡' 둘러싸고 팽팽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손실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내일(16일) 열린다.

이번 제재심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게 사전 통보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 방침을 확정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현재 징계안을 그대로 확정하겠다는 금감원과 과도한 조처라는 은행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왼쪽부터)우리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 사옥 전경/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우리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 사옥/사진제공=각 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6일 열리는 DLF 제재심에는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참석한다. 지난달 26일 금감원이 두 경영진에게 중징계 방침을 전달한 만큼 직접 참석해 소명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CEO 등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최근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오른 손 회장도 연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핵심 쟁점은 DLF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흡이 경영진 제재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는 금융사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을 이를 토대로 이번 중징계 안이 적절하다는 주장을 펼칠 방침이다. 금융사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경영진이 져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18년 삼성증권 배당사고 제재심 때에도 같은 이유로 경영진에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삼성증권은 2018년 4월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주식 1000주를 입고하는 사고를 냈다. 이에 따라 총 28억주의 '유력주식'이 직원들에게 잘못 입고됐고, 일부 직원이 이 주식을 매도해 시장 혼란을 불러왔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태가 우리사주 배당시스템 취약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그 해 6월 제재심을 열고 당시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특히, 구 대표의 경우 취임 2주만에 벌어진 사고였음에도 책임을 면하지 못했다.

반면, 은행 측은 내부통제기준 미흡이 제재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들은 이번 중징계 안이 확정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방어에 총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물론, 이번 제재심에서 중징계 안이 그대로 확정되거나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고 해서 금감원장이 이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심은 자문기구일 뿐 최종 결정은 금감원장이 하고,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앞서 2014년 'KB사태' 당시에도 최수현 금감원장이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 결정을 뒤집은 바 있다. KB사태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지주 회장과 행장이 내분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 사태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중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관계자들은 소비자보호를 강조해온 윤석헌 금감원장이 제재심 징계 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걸 근거로 그룹 회장이 중징계를 받는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데 동의하지만, 당국 기조나 최근 DLF나 라임사태로 고객분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도 같이 고려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원장도 14일 금감원에서 열린 '은행 사칭 대출사기·불법 대출광고 스팸문자 근절을 위한 업무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16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잘 경청할 것"이라며 "결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존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원장이 '제재심 결정 수용'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서 이번 제재심이 사실상 DLF사태의 최종 징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