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태發' 리스크 확대에 중동진출 은행들 "예의주시"
'이란사태發' 리스크 확대에 중동진출 은행들 "예의주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1.09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권 "중동정세 불안 장기화에 따른 컨틴전시플랜 준비해야"

금융당국이 미국과 이란간 갈등 격화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시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가동시키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동에 진출해 있는 국내 시중은행들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력충돌에서 경제제재로 선회하며 전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은행권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맨 왼쪽)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이란간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열린 '확대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맨 왼쪽)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미국-이란간 긴장 고조에 따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열린 '확대 거시경제 금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현재 이란에 진출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앞서 2016년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이란에 사무소를 개설했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 심화에 따른 원화결제거래 중단,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 등으로 지난해 1월 잠정 폐쇄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 외 다른 중동 국가에 진출한 시중은행은 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이다. 신한은행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지점을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지점과 두바이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지점과 바레인 지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이 각각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진출 은행들은 이번 미국과 이란간 갈등에 따른 여파 등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부다비나 두바이는 이란과 물리적인 거리가 멀지만 지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보니까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고, 실행이 되든 안 되든 플랜B로 컨틴전시를 준비하고는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지 영사에서 특별한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진 않지만 정세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의 대(對)이란 익스포져가 낮아 이번 미국과 이란간 갈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8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부문의 직접적인 대이란 익스포져가 20만 달러로 미미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오늘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 무력충돌 재개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동 불안이 단기적·제한적 이벤트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중동 내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11월 미국 대선 등으로 중동 정세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했고, 원화결제도 작년에 중단됐기 때문에 사실상 이란에서 비즈니스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여파가 중동 정세와 금융시장에 크게 미칠 수 있어서 이런 부분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