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 논란'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예견된 출근 실패
[기자수첩] '낙하산 논란'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 예견된 출근 실패
  • 김현경 기자
  • 승인 2020.01.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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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첫 출근에 실패했다.

관료 출신 윤 신임 행장을 두고 기업은행 노조에서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3일 오전부터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윤 행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윤 행장의 출근 실패는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친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의 후임으로 외부 관료 출신이 유력해지면서 노조는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노조는 내부 출신 행장 임명을 주장해왔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내수 경기 둔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1만4000여명의 임직원을 둔 기업은행을 맡을 CEO(최고경영자)는 해당 은행을 잘 아는 인사여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기업은행을 이끈 CEO는 모두 내부 출신이었다.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권선주, 김도진 전 행장은 모두 내부에서 승진한 인사다. 특히, 기업은행은 내부 발탁 인사들이 이끈 지난 10년간 총자산이 2010년 163조4000억원에서 2018년 말 260조8900억원으로 큰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내부 출신'을 한발 양보한다고 해도 윤 행장이 은행업 자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은행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맡은 경험은 없지만 거시경제, 국내·국제금융, 재정, 산업, 구조개혁 등 오히려 경제 전반에서 화려한 이력을 갖춘 인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행장에 대해 "경력면에서 부족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냐"며 "오히려 큰 틀에서 기업은행을 이끌어 나가면서 쇄신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논란을 자초한 것은 깜깜이 인사를 단행한 정부다. 기업은행장은 임원추천위원회, 행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의 제도가 없고,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이런 구조라면 아무리 적합한 인물을 임명한다고 한들 낙하산 논란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그룹 CEO들은 한 목소리로 올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윤 행장은 영업은 제쳐두고 내홍을 수습하는 데만 긴 시간을 보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업은행의 임추위·행추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