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닥친 '12.16 부동산대책' 쇼크..."대출둔화 불가피"
은행권에 닥친 '12.16 부동산대책' 쇼크..."대출둔화 불가피"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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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전세대출 다 틀어쥔다...은행들, 수익성 악화 전망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은 당장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돈줄'을 틀어쥐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인 만큼 대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발표한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또 오는 23일부터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강화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담대에 시가 9억원을 기준으로 LTV 규제비율을 차등 적용해 9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LTV 40%를,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대출 차주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거나 2주택 이상 보유할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주담대 관리를 강화하고,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를 막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가 지난 16일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6일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은 대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의 이같은 고강도 규제 조치로 당장 대출 수요가 줄어들게 된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책 이후에 주택매매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당연히 이와 연동되는 주택구입자금대출의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산성장성이 최근 3~4년간 폭증했던 게 앞으로는 둔화되거나 감소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와 수익성이 높은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를 모두 강화한 탓에 부담이 가중됐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주담대의 경우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36조7143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608조5332억원)의 71.8%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 대출은 우량대출인데 초고가 아파트나 9억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 총량이 줄어드는 거라서 자산성장에 하락 요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주담대 총량 규제나 비중 자체가 크기 때문에 주담대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대출 중에서도 수익성이 괜찮았고, 최근 가계대출 성장을 이끌었던 부분인데 그게 막히게 되면 당연히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내년 은행 평균 대출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이번 대책에 따른 은행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태로 규제 강화의 벽에 부딪혀 큰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책 발표는 대출 수요를 추가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전체 은행 대출 증가율은 약 1~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지난해 '9.13 대책'과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 및 RTI 개선방안'의 대출 감소효과를 합친 추정치 0.8%포인트보다 다소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