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윤종규 KB금융 회장, 그룹 '톱티어' 향해 뛴 한해...디지털·글로벌 '결실'
[2019~2020] 윤종규 KB금융 회장, 그룹 '톱티어' 향해 뛴 한해...디지털·글로벌 '결실'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2.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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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협업 통한 '디지털 혁신서비스' 잇따라
동남아·선진국 '투트랙' 글로벌 전략 성과도 가시화
M&A는 여전히 '신중모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금융업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을 보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 포화,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지주사들은 리스크 관리·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계속하는 한편, 글로벌·디지털·영업 등 다방면에서 혁신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지주사들의 노력은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비즈트리뷴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올해 성과와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 윤종규 KB금융 회장, '톱티어' 향한 발걸음...디지털 '방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올해 목표는 ▲전 계열사 톱티어 달성 및 계열사 협업 강화 ▲고객중심 인프라·디지털 혁신 ▲동남아·선진국 진출 '투트랙 전략' ▲M&A(인수·합병) ▲조직 내 수평문화 및 스마트워크 정착 등 크게 다섯 가지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것은 단연 '디지털 혁신'이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디지털전환(DT)을 전면 선포하고 조직·영업방식·플랫폼·서비스 등 전 부문에서의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특히, KB금융은 외부협업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으로 꼽힌다. 다른 업권과 금융 간 융합을 통해 기존에 없던 혁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KB금융의 전략이다.

핵심 계열사 KB국민은행에서 지난달 출시한 알뜰폰서비스 '리브엠(Liiv M)'이 그 사례다.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금융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통신업에 뛰어들었다. 리브M은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바탕으로 금융·통신 융합 혁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서비스로 지정돼 최대 4년간 해당 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금융사의 첫 통신업 진출로 주목받은 이 서비스는 금융·통신 결합 상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개척하자는 윤 회장의 계획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KB금융은 올해 초에도 NHN엔터테인먼트와 플랫폼 협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4월부터는 네이버와 인공지능(AI)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 AI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향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KB금융이지만, 신한금융지주에 밀려 리딩뱅크 달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KB금융은 올해 3분기 2조7771억원의 누적 순이익으로 신한금융(2조8960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수익성과 건전성 위주의 영업 전략으로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하며 톱티어 달성에 한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다.

◆ 선진국·동남아 투트랙 전략으로 이젠 글로벌도 '훨훨'

다른 금융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글로벌 부문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윤 회장은 올해 초 투자안정성과 국내 고객 선호도가 높은 '선진국 시장'과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 중심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현지 핵심 금융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동남아에서는 M&A(인수·합병)를 통해 기존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선, KB금융은 지난 10월 미국 IB금융사인 스티펠파이낸셜과 CIB·WM·자산운용 등 모든 부문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스티펠파이낸셜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 등 다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WM·리서치·IB 부문 등에서 미국 내 상위권에 올라있는 종합금융그룹이다.

KB금융은 스티펠파이낸셜과 미국 주식 브로커리지 및 리서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협업한 뒤 IB딜·금융투자상품 소싱, PI 투자 등으로 협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스티펠파이낸셜은 미국 중견 IB쪽에서 유명한 기업으로 꼽힌다"며 "다양한 협업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 각 비즈니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남아에서는 경제성장 속도가 높고 한국기업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과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금융산업 개방 초기로 시장 선점이 가능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현지 전문은행 지분을 취득하거나 지점 영업을 개시하는 방법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초 베트남법인 사이공지점을 개설했고, 현지에서 700억원 규모의 자본금 증자에 성공해 IB부문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의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민카드의 이번 글로벌 진출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KB금융 계열사들과의 협업으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을 필두로 KB손해보험, KB캐피탈의 현지 법인과 ▲상품 판매 대행 ▲소개·연계 영업 ▲현지 정보 및 영업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시장 조기 안착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 신중한 'M&A 전략'...중장기 성장전략 이어가는 2020년

그룹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M&A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실제 윤 회장은 올해 M&A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외형성장과 체질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딩뱅크를 겨루고 있는 신한금융이 올해 초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고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체질개선에 성공한 만큼 KB금융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윤 회장은 생명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KB금융 계열사 중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취약한 부문으로 평가돼서다.

올해 교보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생보사 매각설이 등장할 때마다 KB금융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M&A로 이어진 경우는 한 곳도 없다. 어려운 생보업계 환경, 인수가격 등을 두고 윤 회장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신중모드'로 일관했던 윤 회장이지만, 은행의 이자이익만으로는 실적을 내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비은행 계열사 M&A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라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회계기준도 도입을 준비해야 돼 생보 업황이 밝지 않은 게 사실이라 KB에서도 계속 (M&A에) 신중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신한금융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인수인 것도 맞아서 우량한 매물 위주로 계속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 전략 뿐만 아니라 KB금융의 내년 경영목표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환경에서 단기 성과보다 장기 성장 중심의 목표 설정이 중요해서다. 올해 초 윤 회장이 제시했던 목표들도 실제 중장기 성장을 바라보고 설정했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특히, 윤 회장의 임기가 내년 11월 만료되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전략 방향을 설정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은 신년 초 경영진 워크숍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기본 방향이나 큰 줄기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