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정상회의로 주목받는 태국시장...은행엔 '딴세상 얘기'
한·아세안 정상회의로 주목받는 태국시장...은행엔 '딴세상 얘기'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1.2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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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 만류에도 철수 탓 태국 정부, 국내 금융사 '불신' 여전
산업은행만 사무소 운영 중
은행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 크지 않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태국시장이 신성장 동력 개척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이 진출을 적극 고려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태국 정부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데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이점이 크지 않아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지난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평화 구축, 보호무역주의 반대, 교역·투자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 '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교역·투자 증진 및 규제 개선책 마련 등을 통해 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국내 기업들의 신남방국가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제공=maps-thailand-th
이미지 제공=maps-thailand-th

금융권에서도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진출이 어려웠던 국가들과 협력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태국은 여전히 진출이 불투명하다. 태국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태국 정부가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진출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많은 국내 은행들이 태국 현지에서 영업했다. 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가 발생해 모두 철수하면서 태국 정부의 신뢰를 잃게 됐다. 당시 태국 정부의 잔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모두 철수한 탓에 태국 관료들 사이에서 국내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이다.

태국 금융권과의 협력 물꼬를 틀기 위해 각 은행연합회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민간 차원의 교류는 이어져왔지만, 현지 사무소·법인 설립은 쉽지 않았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실제 현재 태국에 진출한 은행은 KDB산업은행(사무소)이 유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IMF 때 태국에 진출했던 국내 금융기관들이 다 철수를 하면서 태국 정부가 우리 금융사를 나이스하게 보지 않는 게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일단 태국에서 정책적으로 해외 금융사 진출을 허용해줘야 하는데 그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진입 불가 국가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런 것들이 가시화돼야 (진출 등을) 검토할 수 있지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태국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경제 규모가 큰 태국에는 이미 글로벌 금융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태국에서 금융사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자본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도 이미 많은 금융사들이 진출한 탓에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제성장률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높지 않아 광폭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재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2~3%로,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고 있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크게 낮다.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베트남은 6~7%, 미얀마 6~7%, 인도네시아는 5% 등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태국은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많이 진출한 곳이라서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려면 자본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그만큼 NIM(순이자마진)이 잘 안 맞아서 수익성이 나올지 미지수"라며 "태국은 미얀마나 캄보디아 이런 데보다 시장이 발달해 있으니까 국내 은행들이 들어가도 리딩의 개념이 일단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