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규제에 '우려반 기대반'
은행,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규제에 '우려반 기대반'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11.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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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 제한 과도...시장 위축 우려"
"시장신뢰 회복 차원에서 필요성에 공감"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의 DLF 종합대책안을 놓고 업계는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와 펀드시장 위축,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함께 내비쳤다.

소비자보호 장치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사모펀드 판매 및 가입기준을 강화한 것과 관련해선 '과도한 조치'라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현경 기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은행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사모펀드와 신탁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DLF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도 기존 1억원으로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고난도 사모펀드란 파생상품이 포함돼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이다.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수익구조가 시장변수에 연계된 상품, 파생형 상품 등이 이에 속한다.

은행들은 사실상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호소한다. 금융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모펀드와 ELT, ETF 등 신탁 상품에는 DLF 대책안에서 명시하고 있는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등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며 "사실상 은행에서 대부분의 사모펀드와 신탁상품을 판매하지 말란 얘기인데 결과적으로 은행 투자상품에 대한 전체 비즈니스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DLF나 ELF나 파생상품은 거의 100% 손실까지도 갈 수 있는데 손실률을 20%로 맞추라는 것 자체가 결국 다 팔지 말라는 얘기"라며 "차라리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거나 설명을 더 잘하면 될 일인데 판매 자체를 막는 건 과도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은행을 통해 사모펀드에 투자해왔던 고객의 경우 사모펀드를 취급하는 다른 업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보통 빠르고 조용하게 자산을 불리고 싶어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분들은 고액자산가들이 대부분인데, 고액자산가들은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습득 수준이 매우 높다"며 "이런 투자자들에게 상품에 대해 1시간을 더 설명하든 안 하든 그건 큰 의미가 없단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사모를 통해서 자산관리를 하시는 분들이 더 이상 은행에서 사모에 투자를 못하게 된다면 공모로 가는 게 아니라 아예 (사모펀드를 취급하는) 다른 업권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은행 수익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최근 은행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비이자이익 부문 강화에 힘쓰는 추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 판매 규제 등으로 수수료이익까지 줄면 실적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원금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중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를 초과하는 상품의 규모는 74조4000억원이다.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전체 사모펀드의 약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즉, 단순 계산으로도 20% 가까이 되는 사모펀드 상품을 더이상 취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 DLF 사태 이후 무너진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투자자보호 장치를 강화한 것은 적절했단 평가도 나온다.

금융위는 투자자보호 강화 차원에서 금융사가 모든 일반투자자에게 녹취·숙려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또 고령투자자 범위를 만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고령 및 부적합투자자에 대해 숙려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시중에 유동성도 많고 일단 부동산시장이 너무 커져있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업들한테도 돈이 흘러가게 하려면 자본시장이 더 커져야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시장이 더 커지기 전에 이런 방안들이 나와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DLF 종합대책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간담회를 열고 "처음에는 실내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조금 있으면 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바다에 내보낸 것 아닌가 싶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철저한 자기성찰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