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업계 숙원 풀고 떠난 故 권용원 회장, 쉼없이 달렸던 2년
[기자수첩] 증권업계 숙원 풀고 떠난 故 권용원 회장, 쉼없이 달렸던 2년
  • 어예진 기자
  • 승인 2019.11.0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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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예진 기자
사진=어예진 기자

2019년을 두 달 여 남기고 故(고)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8일 영면에 들었다.

이런 가운데, 이미 그는 올해 초 제시한 금융투자협회의 과제들을 모두 완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역대 협회장 가운데 가장 열심히 뛰고 성과를 낸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올초 권용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그는 자본시장 과세체계가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개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협회는 정책지원본부를 중심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해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명분과 세부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왔다.

자신의 가방에 늘 관련 자료를 가지고 다녔던 권 회장은 “공부를 할수록 이것을 왜 고쳐야 하는지 스스로 확신이 든다”고 말하곤 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 6월, 23년만에 증권거래세가 인하됐다. 불가침의 영역으로 치부됐던 업계의 숙원을 권 회장이 풀어낸 것이다. 거래세 인하와 더불어 금융투자상품 손익통산 허용, 손실이월 등도 ‘금융투자 세제 개편안’에 포함됐다.

권 회장은 시장 과세 체계 이외에도 연초 목표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장기투자펀드 세제혜택 ▲국민의 재산 증식과 노후 대비를 위한 금융투자회사의 운용역량 증대 및 투자수익률 제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블록체인, AI 등 디지털 혁신 대응 등을 제시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은 지난달 31일 정부와 여당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퇴직연금법 개정안’을 확정하며 14년 만에 업계 희망이 현실화 됐다. 이와 함께 디폴트 옵션 도입도 법안 발의를 이끌어 냈다. 업계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될 경우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190조원에서 2030년까지 최대 10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투자펀드 세제혜택도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실증을 냈다. 증권거래세뿐 아니라 장기투자 세제우대 등 장기적인 세제개편에 대한 첫걸음이었다.

금융투자사들의 운용역량 증대 및 투자수익률 제고 부분에서는 지난달 31일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을 이끈 것이 대표적 성과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차이니즈월 규제 개선안이 발표돼 업계 활동범위를 넓히는데 초석을 세웠다. 업계 해외진출 지원 차원에서도 권 회장은 지난 6월 베트남 정부 사절단과의 간담회도 주최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베트남 사업에서 제한이 됐던 규제 부분을 베트남 부총리에게 증권사 대표가 직접 건의 할 수 있는 다이렉트 소통장을 마련해 업계를 지원했다.

금융당국과 국회, 연기금 등 다양한 대상과 금융투자사들의 현장 소통 기회도 꾸준히 마련했다. 올해만 6번 이상 진행됐다.

국민의 자산증대와 모험자본 공급 부분에서도 지난달 7일 금융위원회가 BDC(비상장기업투자회사)제도 도입 방안을 구체화해 확정하면서 결과를 냈다.

디지털 혁신 부분에서는 6월 말 ‘블록체인 디지털 신원증명 플렛폼 my-ID’가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며 성과를 증명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연구를 전담하는 디지털혁신팀을 협회 내 구축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불어 지난 4월 통과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펀드재산 직접운용이 허용되면서 올해 업계 공통된 목표였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에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여의도고등학교와 금융교육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고교 인정과정으로 금융교육이 최초 인정되는 등 건강한 미래 투자자 양성을 위한 부분까지 챙겼다.

올해 뿐만 아니라 임기 내 마련하고 제안된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안’과 ‘, ‘공모펀드 활성화’, ‘자산운용산업 마스터플랜’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권 회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업계와 정부 당국 사이에서 소통의 가교역할을 확실히 해준 사람이었다. 모처럼 대화의 공감을 이룰 수 있는 리더가 와서 당국자들이 좋아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 말미에 권 회장이 남긴 말이 있다.

“리더(Leader)의 어원에는 ‘먼지를 뒤집어쓰는 사람’이란 뜻이 있다고 합니다. 불확실성이라는 먼지 자욱한 현실을 직시하며 기꺼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우리 금융투자인 모두가 리더가 되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그가 금융투자업계에 남긴 당부이자 업계 수장으로서 기꺼이 먼지를 뒤집어 쓰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을 것이다.

업계를 위해 2년 가까이 쉼 없이 달려온 故 권용원 제4대 금융투자협회장은 8일 그의 능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의 슬픔 속에 영면에 들었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