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액상형전자담배 '쥴 랩스'의 이상한 출시간담회
[기자수첩] 액상형전자담배 '쥴 랩스'의 이상한 출시간담회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05.23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갈민 기자
제갈민 기자

[비즈트리뷴=제갈민 기자] 미국 전자담배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액상형전자담배 '쥴 랩스'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그런데 출시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부터 이 회사의 행보가 이상하다.

무엇을 감추고 싶은 걸까. 미국적 행사의 방식일까. 지난 22일 쥴 랩스가 개최한 ‘쥴 국내 출시 간담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담회 장소에 도착해 입장하자 쥴 코리아 관계자들은 종이 한 장을 나눠줬다. 그들이 나눠준 종이에는 QR코드가 인화돼 있고,이와 함께 “QR코드 스캔 시, 질의응답 페이지로 연동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질문을 작성해 올렸으나 바로 업로드가 되지 않았다. 질의응답 정식 질문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관리자의 승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승인을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으나, 그건 오산이었다.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기자가 올린 질문은 끝내 승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겪은 기자는 이날 참석한 기자들 상당수가 마찬가지였다.

국가안보상 사전조율이 필요한 대통령 행사라면 이해하겠다. 미국의 스타업이, 그것도 한국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려는 회사가 어떻게 사전에 질문을 받으려고 할까. 질문을 검열하겠다는 건가. 불쾌함마저 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한 채 진행된 간담회 질의응답. 공식 질문으로 다뤄진 것은 ▲미국과 한국에 판매되는 제품은 다른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CU 편의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이유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 창출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후발주자로서 전략 등이다.

하나같이 영양가 없는 질문이다. 정작 소비자가 궁금할 질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한건 그나마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들에도 회사 측은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간담회 내내 디자인 차별성, 마케팅 방식 등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질의응답을 받은 제임스 몬시스, 아담 보웬 쥴 설립자 2명과 이승재 쥴 코리아 대표이사, 켄 비숍 아시아지역 부사장은 “마케팅은 국내 법을 따를 것이며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만 유독 강조했다. 판매 전략 등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질문에 목마른 국내 기자들은 질의응답 직후 이승재 대표이사와 쥴 핵심 관계자인 3명에게 추가 질문을 하려 몰려들었으나, 그들은 행사장 뒷문으로 황급히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들이 퇴장한 길목을 쥴 코리아 관계자가 막아섰다. 쥴 코리아 관계자는 “이승재 대표 일행이 뒤에 계획된 일정이 있어 가야한다. 추가적인 질문이 있으면 메일이나 전화로 문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행사를 주최하고 기자들을 불러모은 당사자들이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제일 먼저 자리를 떠나는건 미국식 간담회일까. 그것도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말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국내 통신사 기자는 “(쥴 코리아가) 민감한 질문을 사전에 검열하고 차단한 것이 아닌가”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쥴 코리아 측은 “모시기 힘든 분들이고,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날 주최 측이 승인하지 않은 질문으로는 ▲액상마약 호환 우려 ▲인체유해물질 ▲가향물질 첨가 금지 ▲세금 등이 있다. 쥴 관계자가 자신들에게 민감하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사전에 검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무얼 감추고 싶은걸까. 사전에 질문을 문자로 제출받아 특정 질문만을 뽑아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간담회는 본 적이 없다.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 필요했나 보다. 쥴 코리아가 한국 시장과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싶다면 진정성 있는 행동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