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승리자' 없는 카드사·현대차 샅바싸움…정부는 관전모드?
[기자수첩]'승리자' 없는 카드사·현대차 샅바싸움…정부는 관전모드?
  • 김현경 기자
  • 승인 2019.03.1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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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승리자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영세·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꾸기 위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시도한 카드사들은 결국 현대·기아차의 '계약 해지' 강경책에 꼬리를 내렸다.

지난해 말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여파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몰린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0.1~0.2%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거센 반발로 적정 수수료율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를 해야 했다.

아직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해 지난 11일부터 현대·기아차 구매 결제가 불가능하게 된 신한·삼성·롯데카드도 타격을 입는 것은 매한가지다. 카드사들과 현대·기아차의 합의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원하는 수준의 협상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원하는 카드로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수 없게 된 소비자와 대리점 직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카드사들이 소비자를 볼모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섞여있다.

카드업계는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지난해 말 우대수수료율 적용 구간 확대를 골자로 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손실이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여신금융협회 산하 여신금융연구소는 이번 카드수수료율 개편으로 카드업계에 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율 인상 명분이 충분한 상태에서도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카드수수료율 인상 문제를 촉발한 정부가 정작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는 강제하면서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매출과 규모가 커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가맹점이 '계약 해지'로 맞설 경우, 현실적으로 카드사들은 수수료율을 인상하기 쉽지 않다. 이번 현대·기아차와의 갈등도 같은 사례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가맹점이 마케팅 혜택은 많이 받으면서도 수수료율은 일반가맹점보다 낮은, 역진성 문제가 계속돼 왔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하만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적격비용 개편 기준에 맞는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기준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지만, 특별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현대·기아차의 '계약 해지 통보'는 여신금융전문업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 또한 단순 으름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카드수수료는 인하 해놓고, 그 여파로 발생한 문제들은 정작 수습을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으름장이 아니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이다.

앞으로 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가맹점들과의 수수료율 인상 협상도 이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정부 차원의 해결책 없이는 또다시 모두에게 상처뿐인 의미 없는 싸움이 발생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