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과 핀테크 ①] 제도권으로 다가온 가상화폐
[금융혁신과 핀테크 ①] 제도권으로 다가온 가상화폐
  • 승인 2016.12.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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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금융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가 2017년 새해에도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있다. 금융 전 분야에 걸쳐 핀테크 스타트업이 활발히 생겨나고 있으며, 자금과 인재도 핀테크로 몰리고 있다.

핀테크 트렌드는 금융회사에게 새로운 생존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 증권사들은 디지털 경제에 맞는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공식화하고 나섰고, 금융투자업계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발족시켰다. <비즈트리뷴>은 금융권에서  추진중인 핀테크 도입의 경과를 짚어보고, 당면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 가상화폐 비트코인 ㅣ 출처=포춘
 

[비즈트리뷴]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계속된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화폐'의 진짜 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이 종이 한장은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여겨져왔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 종이 화폐를 다량 소유하기 위해 쉴새없이 돈을 찍어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은행들이 이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같다.

금융결제시장에서 더 이상 지폐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지 않는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에 등장과 함께 IT·금융융합 트렌드와 모바일 기술의 성장으로 금융결제시장은 지금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는 실제 형태가 없는 통화의 한 종류로서 거래의 매개체 또는 가치저장 수단 등으로 사용되며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형태로 저장돼 경우에 따라 화폐를 대신해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자주 사용한 결제 도구는 현금이 38.9%, 신용카드 31.4%였으나 지난해 신용카드가 39.7%, 현금이 36.0%로 순서가 뒤바뀌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아직 시작단계라고 판단됨에 따라 향후 신용카드와 현금 사용 비중은 시간이 갈 수록 극명하게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 비트코인, "글로벌 가상화폐의 80% 점유"

가상화폐가 편리함과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하에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미 깊은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금융시장의 붕괴를 조절하는데 더욱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디지털 화폐는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는 세계적으로 약 700여종이 개발돼 유통 중이며 그중에서 비트코인은 전체 디지털통화 시가총액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절대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중 거래규모가 큰 상위 3개사의 거래량은 약 1조5064억원에 달한다.

비트코인은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표적인 가상화폐로 전 세계 가상화폐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비트코인은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누구나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별도의 중앙관리기관 없이 개인과 개인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P2P 방식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진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도입을 추진하는 외환송금의 경우에도 비트코인을 잘만 활용하면 고객들의 환전 시간이 짧아지고 송금 수수료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상에서만 존재하는 비트코인은 현재 전세계 1300만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가치는 10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위상에 비해 법적마련은 미흡하다. 전체 가상화폐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상용화된 대표적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은 아직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례가 여전히 마련되어있지 않아 비트코인 역시 한국은행법상 법정통화가 아니며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도 아닌 상태이다.

▲ 출처=코인데스크
 
국내 금융,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본격 추진"

세계는 지금 금융시장보다 기술시장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할만큼 금융 시스템은 IT기술과 분리시키고는 주제를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급속도로 IT와 금융이 융합된 첨단 핀테크 기술이 글로벌 금융업계에 확산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 확립의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있다.

이러한 목소리에 발맞춰 합법적인 디지털화폐 법규 정립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적인 가상화폐 제도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고 미국, 일본 등의 국제적인 디지털 통화 제도화 추세에 따라 디지털 통화의 제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권 공동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출범 함에 따라 비트코인 상용화가 곧 눈앞에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디지털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열고 각국 규제 현황과 시장동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태스크포스 구축으로 비트코인 등 디지털통화(가상화폐)의 투명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내년 3월까지 만들기로 했다.

TF는 디지털통화의 법적인 정의와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내년 1분기까지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가 정식 화폐로 인정되 해외 송금 등 가상화폐를 통한 각종 거래가 이르면 내년 초부터 합법화될 전망이다.

한편 독일에선 비트코인을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보고 시세차익에 세금을 매기고 있으며 미국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재산으로 분류하고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며 한국도 올해 들어 비트코인 거래량이 전년 대비 6%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비트코인을 제도화한다고 당장 기존 화폐인 원화처럼 새로운 법정통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국제적 활용 흐름을 참고해 전자금융법상 전자화폐로 비트코인을 등록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활용 방안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단계 로드맵에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면 2단계에선 핀테크 환경에 적합하도록 기존 제도를 재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디지털 통화,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금융서비스 융합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 출처=데이타퀘스트
 

■전 세계 디지털화폐 도입 흐름

세계 최대 자금중개회사인 ICAP와 글로벌 4개 대형은행(UBS, DBS, Santander, BNY Mellon)은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화폐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해외 금융시장의 경우 중국이 가상화폐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달 16일 상하이일보 등 중국언론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공식적으로 디지털화폐를 개발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기술 부문에 관한 전문인력 모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적극적인 것은 통화 공급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돈세탁과 탈세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디자인할 전문가 6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비트코인 최대 보유국으로 떠올랐다.

이러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화폐전쟁에서 디지털화폐를 무기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디지털화폐를 활성화시켜 달러의 입지를 줄이고 동시에 위안화 절상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가상화폐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비트코인 거래량만 1900만달러로 전세계 2위, 비트코인 ATM 사용률은 아시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은 내년 하반기에 일본 시중은행에서도 직접 가상화폐를 정식 발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 미쯔비시 UFJ가 준비하고 있는 가상화폐인 ‘MUFG코인’은 선불전자화폐 형태로 환율 변동폭이 큰 비트코인과 달리 1:1 환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MUFG코인을 엔화 및 외화로 환전 시에는 기존 선불전자화폐 대비 더 저렴한 수수료가 적용될 예정이다.

금융보안연구원은 “국내 가상화폐 관련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해외 관련 법규제에 따른 금융회사의 서비스 적용 등 모범사례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가상화폐 관련 서비스로 일본시장에 진출 시 자금결제법 개정안과 관련 협회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출처=비트코인 커버리지
 

블록체인 컨소시엄, 블록체인 상용화 신호탄되나

블록체인 싱크탱크의 필요성 인식으로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와 각 금융기관들은 효율적 IT업무 환경전환과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꾸렸다.

컨소시엄 발족식에는 금융투자협회와 21개 금융투자회사, 5개 블록체인 관련 기술회사가 상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회사는 업무노하우와 기술력 융합을 통해 상호이익 증진과 자본시장의 블록체인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NH투자증권 박선무 상무(금융투자업권 CIO협의회 회장)는 "다수의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국내 첫 사례로써, 블록체인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금융투자자의 금융거래 편의성, 안정성, 경제성을 극대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은행권에서는 블록체인 도입 움직임이 먼저 일었었다.

지난달 30일 은행연합회는 16개 사원은행 및 2개 협력기관과 함께 은행권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사원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은행을 포함해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을 아우른다. 금융보안원과 금융결제원도 금융보안과 금융플랫폼 기술 지원을 위해 협력기관으로 참가했다.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통해 은행연합회와 회원사들은 컨소시엄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관련한 정책적, 기술적 이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규제완화와 제도마련에 대한 건의를 당국에 지속적으로 하는 한편 은행 공동사업을 발굴하는데에도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은행권은 내달부터 월 2회 정기회의를 갖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동사업 발굴, 기술검증 및 개발,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등 블록체인 상용화를 위한 일련의 업무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에 따라 핀테크 업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연간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통해 금융회사 및 핀테크 회사들의 공동연구 및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본인 확인 시 필요한 서류나 신분증 등 본인인증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도 활발하게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로 금융거래 정보를 담은 장부를 특정 금융기관이 아니라 거래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해나가는 분산형 데이터 운영시스템이다.

또한 거래 내용이 중앙서버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해킹 가능성이 없고 금융회사 인프라 비용도 절감돼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핀테크 신기술이다.

다만 보안 문제 등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공유된 개인 거래내역이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혹여 해킹이 시도된다면 그것을 책임질 주체가 있는지 등의 문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비트코인이 지하경제의 한 축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가상 화폐 자금세탁 방지의무 도입도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민경기자 bnb826@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