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하는 '애플카'는 루머가 아니었다
자율주행하는 '애플카'는 루머가 아니었다
  • 승인 2016.12.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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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WSJ
 
애플이 미래형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를 비밀리에 개발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가운데,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2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서한을 발송하고 시장에 신규 진출한 업체들에게 기존 자동차 업체들처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애플이 정부에 보낸 편지 내용은 별로 놀랍지 않다"며 "애플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야심은 미국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 애플의 차세대 동력 '자율주행차'

애플 통합상품 담당 이사 스티브 켄너(Steve Kenner)가 NHTSA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동차와 관련한 머신러닝과 자동화 부문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동안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애플카 개발에 대해 무성한 소문이 돌았지만 더이상 실체없는 뜬 소문이 아니었으며, 애플은 자율주행차 연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왔던 것이다.

애플이 당국에 자율주행차 개발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은 지난 9월 오바마 정부가 자율주행차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제조업체들에게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관련 내용을 제출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또 NHTAS에 제출한 서류에 규제를 융통성있게 적용해 기존 완성차 업체가 누리고 있는 특권을 구글, 애플과 같은 자율주행차 검토 기업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켄너는 "기존 자동차 업체는 2015년 12월 제정된 법에 따라 일반 도로 주행테스트를 할 때 안전성 인증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다" 며 공정경쟁과 데이터 공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한층 더 빨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은 서신에서 NHTAS가 유엔 경제위원회와 같은 국제 기관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대해 협력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 2014년 시작된 '타이탄 프로젝트'

애플이 2014년에 처음으로 자율주행차 비밀 프로젝트 타이탄에 첫 발을 내딛었다.

팀 쿡 애플 CEO는 "타이탄 프로젝트가 자동차 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하며, 2020년에는 직접 만든 완성차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타이탄 프로젝트 팀 내부에서 차세대 자동차의 방향성을 놓고 전기차를 주장하는 그룹과 자율주행차를 주장하는 그룹 사이에 간극이 벌어졌고, 총괄 리더였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물러나는 데 이르렀다.

애플은 타이탄의 지휘부를 교체한 뒤 일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수십명의 인력을 감원하기도 했다.

WSJ는 이에 "애플이 직접 자동차를 제조하는 것보다 자율주행시스템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애플은 이후 자동차 공유 업체 디디추이에 10억달러(한화 약 1조 1742억원)를 투자했으며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맥라렌, 자율균형 오토바이 업체 릿모터스와 인수협상을 추진하는 등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톰 뉴메이어 애플 대변인은 "머신 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NHTSA에 의견을 제출한 것"이라며 "수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은 자동화 기술에 대해 NHTSA와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 글로벌 IT기업들 '자율주행차' 격전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은 지난 2009년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고, 불과 몇 년만에 수만 마일 이상을 무사고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선보여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다.

이에 자율주행차의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iOS와 연동해 경로 네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링, 음성 인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카플레이(Carplay)’를 선보였다.

구글 역시 같은 해 6월 구글 I/O 개발자 회의를 통해 애플 카플레이와 유사하게 만든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발표했다.
 
최근 중국에서도 바이두가 ‘카 라이프(CarLife)’, 알리바바가 ‘윤(Yun)’을 공개하는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퀄컴은 자사의 시스템 반도체 및 통신 기술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프로세서 스냅드래곤(Snapdragon) 820A를 선보였으며, 인텔도 모빌아이(Mobile Eye) 등 주요 기술력을 확보한 자동차 전장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향후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이 될 잠재력이 높아 IT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입지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