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동빈 항소심] '청탁 가능 분위기 아니었다'…朴 독대 당시 압박감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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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항소심] '청탁 가능 분위기 아니었다'…朴 독대 당시 압박감 토로

기사입력 2018.07.1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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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 회상
-70억 단순지원 인식…청탁의도 전혀없었다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던 사실이 최근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사과하는 자리로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청탁할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게 신 회장의 주장이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판단되느냐에 따라 신 회장의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당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과하는 자리로 생각하고 참석한 것"이라며 "상당한 정서적,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그룹과 자신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던 시기로 대통령 역시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두려웠다는 게 그의 회고다.
 
이런 배경에는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신 회장은 "아버지와 박근혜 대통령은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며 "박 대통령이 아버지를 '존경하는 분'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와의 인연 때문에 더욱 더 저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아들'이라고 여기고 질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느꼈던 심리적 압박감을 그대로 전했다.
 
 

롯데 신동빈 연합1.jpg


현재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추가 선정 특혜를 청탁하고 K스포츠 재단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신 회장의 진술대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자리가 부정한 청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면, 변호인단 주장에 조금 더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일각에선 평가한다.

신 회장 변호인은 "신 회장은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으며 K스포츠 재단에 건넨 70억원은 대한민국 스포츠 전반에 대한 '단순지원' 혹은 '준조세성 정부 지원'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 공판에서도 신 회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재단을 지정했는지 기억 확실치 않지만) 돈을 내라는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하면서 "박근혜 정부 때는 청년희망펀드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워낙 많은 준조세성 요구를 받아왔기 때문에 당시 요구도 그와 비슷한 요구로 이해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취임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민관 협동 사업이 상당히 많이 추진됐으며, 미소금융재단,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미르-K스포츠재단, 미래창조펀드, 청년희망펀드 등을 통해 각 기업에 요구, 할당된 금액이 총 9000여억원을 웃돈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의 배경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선 삼성, 현대차, SK하이닉스, 롯데, KT 등 53개 기업이 강압에 못이겨 기부금을 냈다. 당시, 기부금을 낸 기업 4곳 중 1곳은 대규모 적자로 인해 법인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당시 정부의 준조세성 자금 지원이 얼마나 강압적으로 추진됐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롯데그룹 자체가 무너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대목에서 우리 나라의 정치 후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며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가 '최고 권력자의 심기와 오해'로 인해 기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 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만 고려하더라도 신 회장이 편안하게 청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며 "신 회장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심리적, 정서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독대 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있어 신 회장의 명시적 청탁이 있었는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한 후 신 회장과 관련된 재판은 적어도 8월 말 까지는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사과하러 간 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신 회장의 증언이 효과가 있을지, 재판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연춘 기자 lyc@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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