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자들의 팩자타] 박근혜-신동빈 독대선 무슨 일이…'그날' 둘러싼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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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팩자타] 박근혜-신동빈 독대선 무슨 일이…'그날' 둘러싼 논점

기사입력 2018.07.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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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하나의 팩트(사실)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옵니다. 독자들도 마찬가집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은 비즈트리뷴 편집국에도 매일매일 쏟아집니다. 그래서 비즈트리뷴 시니어 기자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의 팩자타(팩트 자각 타임)'은 뉴스 속의 이해당사자 입장, 그들의 다른 시각, 뉴스 속에서 고민해봐야 할 시사점 등을 전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 주>

[비즈트리뷴=권안나 기자] 겨울의 끝자락인 지난 2월13일. 롯데그룹에는 매서운 바람이 한차례 더 불어왔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된 것입니다. 신 회장의 구속이 결정나기 전까지 롯데그룹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엇비슷한 시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최종 판결에서 석방됐고, 신 회장 역시 큰 무리없이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측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신 회장은 각종 위기 상황에 노출된 롯데그룹을 뒤로하고 옥살이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 회장의 재판은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롯데면세점 특허 재취득 특혜를 바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요구한 K스포츠 재단의 지원에 응한 것으로 보는 '뇌물공여' 혐의와, 그룹 자금을 횡령해 가족에게 공짜 급여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경영비리' 혐의입니다. 그 속에서도 다양한 논점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2016년 3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있었던 '단독 면담' 자리가 뇌물공여 혐의의 발원지로 떠오르는 만큼, 관련 당사자들이 언급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독대가 있기까지의 상황을 먼저 보겠습니다. 위법 경영으로 그룹에 손실을 입히고 계열사 이사직에서 모두 해임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5년 7월 치매 증상을 보이던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휠체어에 태워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는 안건을 발표하면서 롯데家의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때부터 롯데그룹의 '내우외환'은 시작됐습니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과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1조5000억원이 며칠만에 증발하고, 금융소비자원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경제민주화 논란이 나올 것을 우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의 자금흐름과 지분구조 등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강한 메세지'를 줄 필요가 있다는 뜻을 수석들에게 전달했고, 정부는 롯데그룹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2월부터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시작된 겁니다. 국세청은 대홍기획과 롯데리아에 이어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등 계열사들의 세무조사를 연이어 실시했고, 금감원도 세무정보를 요청했습니다. 공정위는 일본 주주현황과 지분 등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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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망할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또 "1990년에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에서 일했는데 사무실이 국제빌딩에 있었는데, (빌딩의 본 주인인)국제그룹이라는 기업이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가 공중분해됐다는 얘기를 듣고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는 말도 했습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그룹 회장직을)그만두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겁이 났다"고도 했습니다.

기업인에게 대통령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압감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신 회장은 정부의 눈에 밉보일 경우 그룹에 칼바람이 들이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을 만났다고 합니다.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안건이 부결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기를 기다렸다 말이죠.

신 회장은 대통령을 만나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고, 더 이상 롯데그룹이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부터 곧장 전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신 회장의 사과를 들은 뒤 "아버님은 건강하신지. 어디에 주로 계시냐" 와 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고, 신 회장은 대통령의 마음이 풀린 것 같아 안도했다고 합니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해 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으로는 '20쪽 분량의 PPT' 발표도 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따르는 올림픽과 달리 경제올림픽으로 거듭난 '런던올림픽'을 들며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고,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용창출과 내수전망, 창초경제혁신센터에 대한 협조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얘깁니다.

그리고 독대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대통령은 '마침내' 스포츠 선수 육성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신 회장의 기억속에는 구체적으로 'K스포츠'나 '미르재단'과 같은 용어는 각인돼 있지 않고, 국가적으로 스포츠 지원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협조해달라는 식의 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신 회장은 사무실로 돌아와 이인원 전 롯데 부회장에게 "스포츠 지원 관련 요청을 받았다. 청와대에서 연락올지 모르니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신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한 검찰과 신 회장 사이의 입장차는 여기서 벌어집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이유가 경영권 분쟁에 대한 해명과 같은 순수한 의도에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 재취득에 대한 민원을 넣기 위해 대통령을 만났고, 그 대가로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신 회장은 훼손된 그룹의 이미지 복원을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러 갔던 자리였고, 박 대통령의 요청에 자연스레 응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독대 자리에서의 대화는 말 그대로 '독대' 였기 때문에 둘 밖에 알지 못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한, 이처럼 신 회장의 진술에서만 확인되는 부분만이 제3자의 입장에서는 알 수 있는 전부입니다. 따라서, 둘 사이에 면세점 관련 민원이 직접적으로 오고갔는지, 그에 대한 대가로 K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았는지에 대한 증거는 현재까지 어디에도 없는 셈입니다. 이는 대가관계에 대한 공통된 인지가 있었느냐와 관련된 정황적 요소들이 양측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 취득에 실패한 이후 '고용승계'와 '글로벌 1위 면세점 도약' 등을 정부 등에 언급한 증거들이 포착됐고,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면담이 있은 후 4월 말 관세청이 신규 특허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한 점 등을 들며 그 사이 면세점 특허에 관한 청탁이 오고 갔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롯데 측은 이미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공무원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추가 취득을 확신할 만한 언지를 받아서 대통령에게 요구할 만한 '현안'이 더 이상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라는 엄중한 위기 상황과 이를 막 일단락 지은 시점에 있었던 독대 자리에서 감히 면세점의 '면' 자도 꺼낼 엄두를 낼 수 없었음을 강조합니다.

'면세점이 롯데그룹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고, K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지불하면 대통령이 이를 해결해 줄 것' 이라는 논리를, 과연 양측이 서로간의 대화가 오고갔든 혹여나 오고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심의 여지없이 동일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것인가.
 
어찌보면 단순명료한 논점인데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정황들을 통해 인과관계를 해석해 내야한다는 점에서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입을 열면 조금은 더 쉬워질까요. 
 
과연 신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어느 쪽의 논리에 손을 들어줄지, 앞으로의 재판과정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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