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 회장은 "국내 회계기준 환경이 '프린시플 베이스'(원칙 기반)에 전문가 판단을 중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그런 점을 고려해 결론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최 회장의 발언은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한다. 삼성바이오는 공식, 사실, 논리구조 세 가지에 대해 전문가의 판단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일 2년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팩트(사실), 논리구조, 적용한 포뮬라(공식)가 문제없는데 그 전문가 판단을 다른 전문가가 결론 내는 건 IFRS 환경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처리 기준을 바꾼 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본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앞서 2016년 최 회장은 삼성바이오의 감리를 맡은 바 있다. 그는 "회계사회에서 약식으로 감리했는데 똑같은 원칙으로 했다"고 했다
특히 최 회장은 바이오젠이 행사한 콜옵션이 경영권 확보가 아닌 차익실현 목적이라 관계회사 전환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에 대한 기대감만 있어도 관계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당시 기대수준은 회계 상황을 판단한 전문가를 믿는 것이 맞지만, 바이오젠 의도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 지는 잘 살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 분식의혹 논란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청원이 100여건 넘게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당국은 2015년부터 2018년 4월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시장의 의혹에 대해 계속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공표했다"면서 "그러나 5월 1일 갑자기 분식회계라고 하는 것은 금융시장에 대해 책임을 지고 투명함과 정당성을 보여야 하는 당국이 오히려 시장질서 교란과 수많은 개인투자자의 투자 자산을 무책임하게 짓밟는 격"이라고 성토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정권교체 이후 입장을 바꾼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20일 열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3차 회의에서 '고의적 분식 회계'를 주장하는 금융감독원과 '분식회계는 없었다'는 삼성바이오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금융시장에선 '고의'가 아닌 '과실'로 결론이 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증선위 결론이 '과실'로 날 경우 삼성바이오엔 일부 경영진 해임 권고와 과징금 부과 정도의 제재만 내려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