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⑦] 악기-금관악기
[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⑦] 악기-금관악기
  • 승인 2016.05.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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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악기

앞서 소개한 목관악기들은 음색이 예쁜 대신 음량이 적은 단점을 지닌 악기라면 금관악기의 성향은 예쁜 음색보다는 '거침없는 음색을 바탕으로 한 힘'에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금관악기에 포함된 악기들이 그저 힘만을 믿는 악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악기는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아니! 이 악기가 이런 소리까지?’ 라고 혼잣말이 나올 정도로 섣부른 판단을 불허하기 때문입니다.

금관악기의 기원은 유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기의 형태는 컵 모양의 마우스피스와 기다란 관, 그리고 마무리를 원추형으로 약간 벌린 형태를 지닌 상당히 거추장스러운 모습의 악기였습니다.

주로 신호용이나 의전용으로 활용되었고 자연 배음(C2,C3,E,G,Bb,D.....)을 이용해 연주한 까닭에 음계의 한계가 많았던 악기였습니다.

이런 단점을 지니고 있다 보니 오케스트라에서 활용하기에 난감한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트럼본은 악기의 긴 관을 수평으로 움직여 관의 길이를 조절해 음을 만듭니다.

오케스트라에서 트럼본의 위치는 늘 맨 뒷자리 그리고 바로 앞자리는 비워둬서 만일에 있을지 모르는 앞자리 연주자의 후두부의 타격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관을 짧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짧게 만들어 가지고 다니기에 용이하도록 만들면 되지만, 이렇게 하면 음역이 엄청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관의 직경을 늘려야 하는데 길고 강한 호흡이 아니면 연주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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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이의 관이지만 직경이 좁을수록 높은 소리를 내며 같은 길이의 관을 구부리거나 휘게 해도 같은 음을 내게 됩니다.
                                  
 
                                       
최종적인 해결방법은 관을 돌돌 말면 되는 거지요.

관의 길이에 변화 없이 연주하기 편한 크기로 금속만이 가진 놀라운 변성을 십분 활용한 결과가 현재 금관악기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금관악기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자연배음을 활용한 악기라는 것.  ‘도레미파솔라시도’ 라는 음계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 자연배음으로 ‘도, 미, 솔, 도’ 만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일 따름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해법이 트럼본 입니다.

관을 슬라이드로 만들어 길이의 변화를 줌으로써 원하는 음을 만들 수 있도록 했지만, 정확한 음을 만들어내기에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슬라이드의 변화, 입술의 진동으로 음을 만드는 것은 연주자의 음감에만 의존하기에 많은 시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금관악기는 곧 사라져도 아무렇지도 않을 종류의 악기였지만, 강한 음량, 금속관 특유의 날카롭고 힘있는 음색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서로 길이가 다른 관을 몇 개 더 만들어서 피스톤 또는 밸브를 이용해 숨이 들어가는 곳을 다른 관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합니다.

바야흐로 현재까지 활용되는 금관악기들의 전형적인 모습이 갖춰지는 시점이었던 이때는 19세기 중엽으로, 금관악기는 악기의 형태가 갖춰지게 된 역사가 짧은 악기입니다.

그러나 악기가 가진 가능성의 문제를 거론하면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목관악기에서 색소폰이 가졌던 가능성이 현재에 와서 가장 대중적인 악기로서 자리매김한 것과 같이 현재의 대중음악에 있어서 금관악기 족이 지니는, 특히 트럼펫이 지니는 역사적 중요성 역시 색소폰만큼이나 대단합니다.

금관악기 족에 포함된 악기들을 살펴보면, 우선 목관악기가 가진 음색을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금관악기만의 강한 소리를 함께 포함하고 있어 관악기 음색의 통일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혼(Horn or French Horn), 가장 대중적인 악기이자 금관악기의 대표적인 악기인 트럼펫(Trumpet), 역시 대중적으로 활용되면서 그 생김새와 슬라이드를 사용하는 유일한 악기인 트럼본(Trombone), 그리고 가장 크고 저음을 구사하는 투바(Tuba) 등이 있습니다.

▷혼(Horn)

혼의 최초 형태는 짐승의 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의 뿔이나 염소의 뿔 등은 둥글게 말아진 것이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혼의 기원은 악기의 기능보다 연주보다는 신호, 의전용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kovels.com.
 

이후 BC 600년 무렵에 뿔피리의 모습을 흉내 낸 청동으로 제작한 혼이야말로 본격적인 금관악기로서의 혼의 모습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혼 역시 여타 금관악기와 마찬가지로 자연배음을 이용한 악기였던 까닭에 음계를 연주하기 힘든 악기 였습니다.

또한 관의 길이가 한정되어 있어 자신이 가진 조성(Key : C Major, A Minor 등등 12개의 장조와 단조) 이외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과거의 혼 연주자들은 조성 별로 다른 혼을 연주했다 합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크룩(crook)이라는 보조 파이프를 달아서 조성을 조절하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매우 불편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com
 

1700년대 중반 안톤 함펠이라는 혼 연주가가 혼의 벨(bell)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 공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음(note or Pitch)과 조성(Key)을 조절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까닭에 오케스트라 혼 연주자들의 연주 모습을 보면 늘 벨 안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800년대 초반에 이르러 개발된 로터리식 혼과 피스톤식 혼의 모습이야말로 현재까지 이어지는 혼의 전형입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혼의 구조는 1932년 조셉 리에들이 개발한 더블 혼을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 혼의 부위별 명칭 l 이미지 출처 google.com


혼은 스스로 가진 관의 길이에 비해 마우스 피스가 작은 까닭에 연주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악기 입니다.

대신 부드러운 음색은 목관악기의 느낌을 품어 안고 있어 오케스트라에서의 활용도가 무척 높은 악기지요.

독주로 자주 활용되고 있고 여타 목관악기나 현악기의 화음을 중후하게 채워 공간감을 주는 용도로 자주 이용됩니다.

음역은 B0-F4 정도입니다. Mozart 을 권합니다.

▷트럼펫(Trumpet)

트럼펫은 금관악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로 초기의 모습은 30cm에서 길게는 심지어 7m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펫이 제 모양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은 금관악기 전문에 설명 했기에 생략하기로 하고, 현재는 세 개의 피스톤과 밸브를 이용해 음계를 연주하는 Bb조 악기(트럼펫으로 악보상의 C3-기음-를 연주하면 실음은 Bb2의 음을 냅니다)로 그림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트럼펫의 부위별 명칭 l 이미지 출처 google.com
 

관현악에서 트럼펫은 음량과 힘의 상징처럼 되어 있습니다.

혼의 부드러운 음색과 많이 차이납니다.

장중하면서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1악장> 에서 팀파니와 함께 스타카토를 활용한 트럼펫 특유의 놀라운 힘이 느껴 집니다. 굉장하지요.

하지만 이 악기가 힘만 강조하는 악기만은 아닙니다. 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독주,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영화 [Mo' Better Blues]의 주제곡으로  윈턴 마샬리스 연주한 에서 약음기(Mute)를 사용한 음색은 오히려 감미롭기까지 합니다.


                             
▲ 약음기(Mute)
 

약음기는 금관악기가 공통적으로 가진 원추형의 벨에 부착하여 음색의 변화, 강약의 조절에 사용합니다.

주로 트럼펫, 트럼본에 사용되며 그 생김새에 따라 예리하거나 부드럽거나 경쾌한 음색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재미있는 표현할 때도 자주 사용됩니다.

▷트럼본(Trombone)

트럼본은 사진과 같이 금관악기 특유의 원추형 벨과 취구인 마우스피스까지 기다란 관으로 연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우스피스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는 관은 슬라이드식으로 길이를 조정해 원하는 음을 만듭니다.
   
▲ (좌) 트럼본 부위별 명칭 (우) 약음기 사용
 

트럼본은 금관악기 최초로 장, 단음계를 포함한 반음계도 연주할 수 있는 최초의 금관악기가 되었습니다.

15세기, 흔히 르네상스라는 인문과학의 중흥기와 더불어 발전하기 시작한 악기입니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직경이 넓은 마우스피스 덕분에 트럼본의 연주기술은 이미 악기가 형성될 무렵에 다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슬라이드를 활용한 미묘한 음(Note or Pitch)의 변화, 폭넓은 비브라토 음의 뭉개짐이 없는 매끄러운 글리산도는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 없는 트럼본만의 장점입니다.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관현악단 전체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힘도 보여줍니다. 

트럼본은 클래식의 시대에서부터 현대의 대중음악까지 폭넓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합주에서의 솔로악기로서의 활용도 역시 당연히 높지요.

트럼본의 음역은 기본적으로 고음역의 트럼펫과 저음의 투바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음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어서 그 악기들의 음역의 상당부분을 함께 소화하고 있습니다. 베이스 트럼본은 튜바대신 사용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에서 트럼본의 명곡을 묻는다면 많은 연주자들이 림스키 코르사코프<트럼본 콘체르토>를 선택합니다.

거침없고 한없이 부드러운 트럼본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 합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com
 

재즈에서는 브라스를 자주 이용하는 펑키(Funky)나 퓨전(Fusion Jazz) 계통의 음악에서 빠짐없이 사용되고 솔로로써도 많은 몫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듀크 엘링턴(Duke Elington)의 작품 중에서 트럼본 솔리를 위한 Trombone Buster 같은 곡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 등의 명곡으로 1940년대 스윙밴드 리더였던 글렌 밀러(Glenn Miller) 역시 당대 최고의 트럼본 주자였습니다.

영화 안소니 맨 감독 1954년작 [Glenn Miller Story]를 추천합니다.

영화 안에서 실제 Glenn Miller Band의 연주로 지금까지 적은 목관, 금관악기의 연주를 보며 즐길 수 있습니다. 음역은 C1-C4 정도입니다.

스티븐 헤렉 감독 1996년 영화 [MR. Holand's Opus]를 추천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악과 영상이 조화를 잘 이룹니다.


▷튜바(Tuba)

튜바는 금관악기뿐만 아니라 관현악단에서 활용되는 대부분의 악기 중 가장 저음을 구사하는 악기입니다.

크기도 크고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한 악기입니다.

주로 피치카토(pizz. 현악기의 현을 손으로 튕겨 소리내는 것)식 더블 베이스의 보조나 페달톤(베이스 음을 길게 내는 것)의 베이스를 연주합니다.

현재의 튜바는 다섯 가지 정도의 서로 조가 다른 종류로 구별되고 있는데 각자가 가진 음색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작곡가가 요구하는 튜바의 연주 느낌에 따라 각각 다른 조의 튜바를 활용해야 하기에 튜바 주자들은 종종 한 곡에서 두세 개의 튜바를 준비해 바꿔가면서 연주합니다.
   
▲ 이미지 출처 google.com
 
음역은 Eb조 튜바(일반적인 튜바) A0-Eb2, 개량형 초저음 튜바는 E-1 - Bb2 입니다.

영국 작곡가인 랄프 본 윌리엄스 Ralph Vaughan Williams의 1954년 작품인 를 추천합니다.


 [음악칼럼니스트 심상범 gabrielsh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