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회장, 꿈 내려놓다
최은영 회장, 꿈 내려놓다
  • 승인 2013.12.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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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살리기에 올인...조양호회장에 손 내밀어
최은영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다.

지난 2006년 타계한 남편(조수호회장)의 뒤를 이어 7년간 꾸려온 한진해운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때 추진하던 계열분리의 꿈은 이미 멀어져가고 있다.
 
그는 최근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집까지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시숙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손을 내밀면서 계열분리의 꿈은 접은듯 하다. 형제의 난을 거쳤던 한진그룹 형제들의 '과거사'를 감안할 때 최회장이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19일 여의도에서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계획과 함께 한진해운 지원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10월 한진해운홀딩스의 한진해운 주식(15.4%)을 담보로 1500억원을 지원한 대한항공은 이번에 담보가치 한도 내에서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도 4000억원 가량 참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으로 지원할 경우 1대 주주가 확실시된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그림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부사장은 이날 경영설명회에서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결정된 바는 없다. 유상증자 참여시 대주주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한진해운의 실질적 경영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최회장의 측근인 김영민 전 사장을 퇴진시키고 조양호 회장의 측근인 ㈜한진 석태수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앉힌 것도 도 업계에서는 '사실상 조양호회장의 손에 들어갔다'고 보고있다. 최회장이 독립경영은 고사하고 경영일선에서도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회장이 최근 진퇴양난에 내몰린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영구채 발행이 수포로 돌아간 것과 무관치않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의 최고 대안으로 추진하던 4억달러 영구채 발행에 주력했다.

채권단 중 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영구채 발행을 위한 지급보증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보증을 거부하면서 결국 영구채 발행은 무산됐다.

그러면서 채권단은 영구채 발행 무산에 대한 대안으로 3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공동대출(신디케이트론)을 한진해운에 제안했다. 최회장은 이에 담보로 자신이 살고 있는 성북동 자택을 내놓기로 했다.
 
또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 사업부문(3000억원)과 국내외 터미널 일부 지분(3000억원)을 팔고 해외지역 사옥과 유가증권 등 비영업용자산(887억원)을 팔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자구노력과 함께 대한항공 지원, 채권단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총 1조9745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회장의 계열분리 꿈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니겠는가. 한진해운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김윤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