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회장님 연봉'...너무 과하셨나
'금융 회장님 연봉'...너무 과하셨나
  • 승인 2014.03.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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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동제 도입...연봉 최대 70% 삭감
 
      <사진설명> 한동우회장,임영록회장, 김정태회장, 이순우회장(위좌측에서 시계방향) 
        
올해부터 금융그룹 회장의 연봉이 대폭 하향 조정된다. 경영실적에 띠라 최대 70%까지 깎인다. 순이익이 반토막 나면 연봉이 10억원 아래로 떨어지는 사례도 나올 것같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회장의 과도한 연봉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은행권에 성과체계 모범 규준 개정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금융그룹 회장은 실적이 좋을때는 과도하게 많은 성과급을 받아왔고 실적이 나빠도 연봉이 줄어들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대지주 회장들, 평균 30% 삭감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은 올해 회장의 기본 연봉을 지난해보다 평균 30% 줄이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평균 20억5000만원에서 올해 14억4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는 것.

물론 '실적 연동형' 제도를 올해 처음으로 금융그룹 회장에게 적용키로 하면서 연봉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될 전망이다. 올해 순익이 50% 줄어들면 회장들의 총연봉은 작년보다 40~70% 감소한다.
 
연봉 삭감폭이 가장 큰 금융그룹은 신한금융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기본 연봉 27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37.1%가 줄어든 17억3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성과급 등을 고려한 한 회장의 연봉 최대한도는 지난해 36억2000만원에서 올해 21억5000만원으로 40.6% 깎였다. 좋은 실적을 내도 올해 21억500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 회장은 올해 신한금융의 순이익이 50% 하락하면 올해 총 연봉이 9억2000만원까지 급감한다. 지난해 연봉에서 70%나 감액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그룹 회장들이 최악의 실적을 내도 연봉이 수천만원만 조정하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말했다. 
 
■외국계 회장, 20~30% 하향조정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올해 기본 연봉은 14억8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23억1000만원에서 35.9% 줄어든 셈이다.  최대실적을 낼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연봉 최대한도는 지난해 31억9000만원에서 올해 21억원으로 34.2% 삭감됐다. KB금융의 올해 실적이 50% 감소하면 임회장의 올해 총 연봉은 12억2000만원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연봉 23억1000만원보다 47.2% 급감하는 셈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기본 연봉은 올해 14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9억8000만원보다 26.3% 줄어든다. 실적에 따른 최고 연봉 한도는 올해 21억원으로 지난해 38억3000만원에 비해 45.2% 줄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 순익이 올해 반토막 나면 총 연봉이 지난해 19억8000만원에서 올해 8억7000만원으로 56.1% 줄어든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지난해 기본 연봉 12억30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1억1000만원으로 10% 하향조정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그룹들이 보수체계 보상위원회를 열어 회장 연봉을 대거 깎고 실적에 연동해 정확히 연봉을 받도록 관련 규정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국계인 한국씨티금융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은 올해 회장 기본 연봉을지난해보다 각각 30%와 20% 깎기로 했다. 지난해 한국씨티금융 회장 연봉은 23억5000만원, 한국SC금융 회장은 17억7000만원이었다.
 
금융그룹 회장의 연봉이 이처럼 대폭 깎임에 따라 금융그룹 계열사 사장과 임원의 연봉도 평균 20~30% 정도 삭감된다. 은행, 카드, 보험,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이 모두 해당한다. 이달 말부터 임원에 대한 본격적인 연봉 하향 조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그룹 회장 연봉삭감액이 결정됨에 따라 이달 말부터 임원에 대한 본격적인 연봉 하향 조정 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성과보수체계 개편에 따른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올해 금융사 종합검사나 부문검사 시 성과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금융 유관기관장 연봉은
 
 4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의 연봉이 추풍낙엽처럼 삭감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각 협회장들의 사정은 다르다. 아직은 '성역'처럼 남아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장 연봉은 최대 7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장 연봉(2012년말 기준)은 기본급 4억원 후반대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최대 50%까지 지급될 수 있다. 성과급 전액이 지급될 경우 최대 약 7억원까지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은행연합회장에 이어 금융투자협회장도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의 연봉은 약 5억3000만원. 금융투자협회장 연봉 역시 기본급(약 2억8000만원)과 성과급(기본급의 최대 100%)으로 구성된다. 금투협은 상근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에게 연봉과 성과급을 포함해 각각 3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여신금융협회장의 연봉은 4억원가량이고,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연봉은 각각 3억원 중후반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저축은행중앙회장의 경우 성과급 제도가 있어 이를 추가로 받을 경우 연봉은 최대 5억원으로 늘어난다.
 
금융협회장들의 연봉이 성역화돼 있는 것은 지나친 폐쇄성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보험·증권사 등 각 권역의 금융회사를 회원사로 둔 각 협회는 상장사도 아니고 정부기관도 아니어서 공시 의무도 없고 알리오시스템에도 드러나지 않는다"며 "특히 금융관료 출신 인사들이 CEO를 맡고 있어 금융당국의 견제 의지도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협회의 회장자리에는 모피아 출신 고위관료가, 부회장이나 그 밖에 임원·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맡는 것으로 관례화돼 있다. / 이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