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두산건설에 발목…두산그룹 호실적에도 ‘건설 리스크’
또 두산건설에 발목…두산그룹 호실적에도 ‘건설 리스크’
  • 강필성
  • 승인 2019.02.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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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두산건설이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수년 째 그룹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자금수혈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는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지주회사 두산,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검토 의견을 낸 상태다. 


15일 두산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순손실은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선제적 대손충당금 반영이 주효했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5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신장했지만 5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5518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두산건설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환경의 변화와 사회간접자본(SOC)사업 관련 추가손실 가능성으로 선제적인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며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당기순손실은 226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건설의 이같은 순손실은 고스란히 그룹의 부담요인이 됐다. 모회사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조17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42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주사 두산은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3405억원을 기록했다. 


손자회사 두산건설로 인해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천문학적 순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두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4000억원원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는 이로 인해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건설의 대규모 손실은 주주사인 두산중공업 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두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에 따라 두산, 두산중공업 및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Watchlist(하향검토)에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 자체실적은 견조하게 나타났으나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지분에서 거액의 손상차손을 인식함에 따라 그룹 합산 기준 실적이 저하됐다”고 덧붙였다. 


NICE신용평가도 이날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 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NICE신용평가는 “두산은 자체 양호한 사업실적을 기록하고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계열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계열 관련 지원부담이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자구안 이행과정에서 대규모 현금유출 등 재무여력 감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 두산의 발목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산건설은 공공연하게 두산그룹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가 돼 왔다. 그룹의 전폭적인 수혈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재무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계열사 부담을 키우는 탓이다. 


지금까지 두산건설에 투입된 그룹의 자금만 하더라도 1조원을 훌쩍 넘긴다. 두산건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11년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2013년에도 두산중공업으로부터 5700억원 규모 보일러사업 현물출자 받고 4500억원 가령의 현금을 계열사 및 오너 일가로부터 증자 받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지원에도 불구하고 두산건설의 정상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룹의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이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부동산시장 규제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대체로 견조한 실적을 보여줬지만 앞으로 건설경기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반영한 두산건설이 이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