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KCGI, 본격화되는 주주 표심 잡기
한진그룹-KCGI, 본격화되는 주주 표심 잡기
  • 강필성
  • 승인 2019.02.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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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한진그룹이 ‘그룹 중장기 비전 및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그룹이 파격적인 배당 확대 및 사업부문별 성장 목표, 전략의 청사진을 공개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사모펀드 KCGI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등 전향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도 특징. 하지만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주주총회의 표심을 고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이번 중장기 비전 발표를 시작으로 우호지분 확보를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한진그룹의 비전발표는 KCGI의 기업가치 재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모습이지만 세부 안에 있어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 특히 KCGI가 제안한 외부 전문가,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나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안은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이 KCGI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에 대한 가늠자는 3월 주총이 될 가능성이 높다. KCGI 측은 앞서 사외이사 2명을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바 있다.

양진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의 이런 행보는 오는 3월 개최될 주주총회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 달래기”라며 “지배구조 및 경영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KCGI, 국민연금이 각각 주주제안으로 요청한 주총 의안을 그대로 받아드리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KCGI의 요구는 사실상 한진그룹의 인사. 이사회 판단 등 경영현안에 KCGI 측 사외이사를 직접적으로 개입시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어 경영진 측에서는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이사를 3년간 결원한다’난 정관변경도 수용이 쉽지 않다. 사실상 27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오는 3월 주총은 어떤 방안이 가장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느냐에 대한 경쟁전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의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취약했던 주주관련 정책이나 지배구조 투명성, 투자 방향성에서도 세간의 우려를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것.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트너쉽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프리미엄 여객 수요 중심 정책은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의 중장기적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룹차원에서 주주 친화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 역시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의 타겟이 된 기업 측면에서 바라볼 때, (주주가치 제고는) 행동주의에 대응하는 과정의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KCGI의 방안의 손을 들어주는 평가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의 투자 확대를 지양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하자는 내용은 한진그룹 경영개선에 매우 중요한 조치”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한진그룹안에서 빠지거나 상당히 완화돼 KCGI안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혹평했다. 

이어 “KCGI라는 경영참여 목적을 가진 뚜렷한 외부 주주가 존재하게 되자, 한진그룹 경영진도 좋은 경영을 통해 한진그룹의 주주가치를 끌어 올림으로써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