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KCGI 요구 일부 수용…세부안 두고 갈등 가능성도
한진그룹, KCGI 요구 일부 수용…세부안 두고 갈등 가능성도
  • 강필성
  • 승인 2019.02.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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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강필성 기자] 한진그룹이 주주가치 극대화 및 경영투명성 강화 방안이 담긴 ‘비전 2023’을 통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사모펀드 KCGI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지금까지 KCGI의 요구에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한진그룹이 KCGI가 제안한 지주사 한진칼의 송현동 부지 매각 등 비주력 자산 매각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받아드리기로 한 것. 


이 때문에 갈등 양상으로 치닫던 한진그룹과 KCGI의 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다만, 비전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세부 조항을 두고 한진그룹과 KCGI의 주주총회 표대결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진그룹 13일 오후 비전발표를 통해 2023년 매출 22조원,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비롯해 경영 선진화를 기반으로 항공운송, 종합물류, 호텔·레저 분야의 사업 집중과 수익성 확대를 꾀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KCGI의 요구가 일부 받아드려졌다는 점이다. KCGI는 지난해부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계열사 한진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사모펀드다. 


한진그룹은 이번 비전 발표를 통해 KCGI의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 담긴 비주력 자산 매각을 일부 수용했다. 한진칼이 보유한 송현동 부지를 연내 매각하고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의 개발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 아울러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을 경우 이 역시 매각키로 했다. 이밖에도 유사한 사업 내용을 갖고 있는 그룹 계열사간 합병도 검토, 추진할 예정이다. 


KCGI의 요구가 수용된 셈이다. 이 외에도 한진그룹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내부회계관리를 운영하는 조직과 이를 감독하는 조직을 각각 설치하기로 했고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마련해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거래를 살피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KCGI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한진그룹이 제안을 대폭 수용 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의 제안을 이정도 규모로 수용한 것은 국내 재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한진그룹 비전의 세부안을 두고 다시 갈등양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KCGI의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는 이 외에도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외부 전문가 자문 및 사업부 분리 상장 등의 다양한 요구가 담겨있다. 


특히 최근에는 사외이사 2인과 감사 1인을 선임하라는 내용 등을 주주제안 한 바 있어 한진그룹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주주권행사를 결정한 국민연금의 ‘횡령·배임 혐의 경영진 배제’를 골자로 한 정관변경 요구도 이번 비전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