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튜어드십코드', 국민연금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자수첩] '스튜어드십코드', 국민연금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 이연춘
  • 승인 2019.02.1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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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최대주주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재계 안팎의 뜨거운 감자가 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남양유업의 공식 입장입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이 다른 상장사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배당정책을 고수했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남양유업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검토했습니다. 기관투자가가 '집사(Steward)'처럼 연금 가입자의 재산이 투자된 기업의 가치를 충실히 관리하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이 망신살이 뻗쳤습니다. 자칫 남양유업의 공개 거부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국민연금에 배당 확대 요구를 공개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남양유업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을 이용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또한 배당을 확대한다면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혜택을 보게 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온 것이라고 남양유업은 주장합니다.
 
남양유업의 지분구조는 최대주주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지분율이 보통주 기준 53.85%에 달합니다. 뒤를 이어 신영자산운용(6.82%), 국민연금공단(6.15%), 외국계 퍼스트이글펀드(5.55%) 등이 주요 주주입니다. 배당을 늘리면 되레 대주주만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디십 코드 발동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정부의 정권 차원의 기업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합니다. 익명의 재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려야 할 의무도, 권한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경영개입이라고도 호소합니다.  또 '기업 길들이기', '연금 사회주의' 등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노리개로 전락했다고도 우려합니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워 지려면 독립성과 공정성 원칙을 확실히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기금 운영과 수익성 제고는 물론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공공 목적의 사회적 책임도 철저히 지켜져야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