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큰 미끼 던지려 할인 경쟁..동반 추락"…2018년 실적 '흑역사' 불러온 자동차보험료 인하
"손보사, 큰 미끼 던지려 할인 경쟁..동반 추락"…2018년 실적 '흑역사' 불러온 자동차보험료 인하
  • 김현경
  • 승인 2019.02.08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S 확대 위해 자보료·특약 할인 '레이싱'..결과는 '실적 참사'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하 '레이싱'이 자충수가 된 거죠."

 
최근 만난 한 대형 손해보험사 고위관계자는 최근 손보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를 한 마디로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손실의 많은 부분이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했는데,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손보사들이 MS(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자동차보험료 인하 경쟁을 벌여온 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의미였다.
 
실제 최근 발표된 2018년 손보사 실적을 살펴보면, 업계 1위 삼성화재를 제외한 다른 손보사들의 실적은 부진에 빠진 모습이다.
 
삼성화재는 1조73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개선됐다. 하지만 업계 '빅4' 중 나머지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9.6%, 19.5%, 20.59% 감소한 3735억원과 5390억원, 262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현대해상은 15.4% 줄어든 5335억원, DB손보는 16.5% 감소한 7247억원을 시현했다.
 
실적 부진은 비단 대형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GA(독립판매법인) 채널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6.8% 줄어든 26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한화손해보험도 지난해 44.8% 감소한 81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흥국화재도 47% 하락한 4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실적 잔치를 벌였던 손해보험사들이 1년 만에 돌연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보다 폭염, 태풍 등 계절적 요인과 인건비 상승, 정비수가 인상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며 손실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17년 79.92%에서 2018년 말 86.08로 6.16%포인트 증가했다. 적정 손해율인 77~80%를 훌쩍 웃돌았다.  

 
치솟은 손해율에 보험사들은 결국 자보료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달 16일 현대해상과 DB손보를 시작으로 삼성화재와 KB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자보료를 2.7~4.4% 인상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리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인하 여력이 있으면 보험사들이 알아서 보험료를 인하하듯 지금은 인상 요인이 많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문제는 지난해 초 손해율 개선을 이유로 손보사들이 앞다퉈 보험료를 인하할 때도 등장했던 바로 그 '시장논리'가 결국 실적 부진과 자보료 인상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손해보험 산업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경기 부진,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신규 보험가입이 줄어들면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여기에 손해보험업 특성상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어려워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 중 자동차보험은 특히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이 MS 확대를 위해 앞다퉈 자보료를 내리거나 특약 할인을 확대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였고, 이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물론 작년에 폭염이 계속됐고, 최저임금이나 정비수가가 인상하면서 손해율 상승 요인이 다수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의 대비 없이 무리한 경쟁을 벌였던 것도 사실"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의무적으로 다 들어야 하는 보험이기도 하고 원래도 손해율이 높아 이익을 내는 상품이라기보단 미끼 상품으로 통하는데, 서로 큰 미끼를 던지겠다고 보험사들이 할인 경쟁에 뛰어들면서 다같이 힘든 상황이 된 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끝없이 오르던 손해율도 이번 자보료 인상으로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올해 자보료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업권 내 형성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을 예측하는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손해율 개선, 사업비율 하락과 더불어 1월 인상한 자보료가 올해 하반기부터 손해율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에 성공한다면 손해율 개선 효과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손보사들이 실적 개선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아 업계가 '말처럼 쉽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