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유화 이자인원오원 대표,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성공한다"
[인터뷰] 김유화 이자인원오원 대표,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성공한다"
  • 승인 2016.03.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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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2세대 업사이클로 진화하고 있다"
▲ 종로구 청년가게에 입점한 '이자인원오원' l 출처=비즈트리뷴
 

[비즈트리뷴] 이자인원오원의 이자인(esign)은 에코+디자인을 합친 말로 이탈리아어로는 '디자인을 가지고 논다'는 의미도 있으며, 원오원(101)은 개론학 코드 번호를 의미한다.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28)는 지난 29일 비즈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이자인원오원은 '에코디자인의 개론학이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수줍게 말하며 "사실 이 상호명을 짓기 전까지 '미스 파레트','빌로우 1도씨','바이 씨오투' 등 여러 이름을 거쳐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김 대표는 그만큼 꿈도 많고 고민도 많은 다소 어린 사업가이지만 '업사이클 디자인'과 '창업'에 대한 철학만은 뚜렷했다. 


▲ 이자인원오원의 김유화 대표(28) l 이자인원오원 제공
 

용인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미술학원 강사를 거쳐 남들이 좋다는 기업에 들어가 소재 성능 시험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자신이 10여년을 공들여 배운 '미술'에 대한 역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공을 활용해 할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거지 처럼' 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부모님부터 업사이클링의 상품성을 신뢰하지 않았고 재활용품을 주워가는 김 대표를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김 대표는 굴하지 않고 매일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쓸만한 물건들을 주워오고 뭐든 만들어 보면서 '힘들지만 재밌었던' 반백수의 시간을 보냈다.

김 대표는 "응용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아서인지 쌩뚱맞아 보일 수 있는 재료들을 선택하기도 해서 비웃음도 많이 받았다"며 "결국에는 남들과 다른 독창적인 소재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업사이클 브랜드들은 디자이너가 있어 청바지,가죽,현수막 등 상식적으로 상품화가 될 법한 소재들을 선택하는 데 반해 이자인원오원이 선택한 소재들은 잡지, 커피 원두콩, 피스타치오 껍데기, 한라봉 껍질, 안경알과 같이 독특한 재료들이다.


▲ 커피콩 반지 l 이자인원오원 제공
 

이자인원오원의 소재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제품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지난해 김 대표에게 '교육' 과 '인터뷰' 문의가 쇄도했었다고 한다.

또 서울시와 정부의 청년 지원 사업 방향과 맞물려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재작년 9월에는 '종로 청년가게'에 입주해 월세의 80%를 서울시에서 지원 받았고, 올해에는 서울시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첼린지1000 프로젝트' SBA에 최종 합격돼 1년동안 지원금과 장지 가든파이브에 위치한 사무실을 제공받게 됐다.

친환경적이고 실용적인 소재 덕을 톡톡히 봤던 반면에, 표절 문제로 골치가 아픈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자인원오원의 제품을 실제 상품의 퀄리티와는 차이가 있지만 원데이 클래스용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순간접착제로 부자재를 붙여 이자인원오원의 1/3 가격으로 파는 업체가 나타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자인원오원의 상품은 안료 씌우고 크리스탈 레진도 입혀서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고 퀄리티는 자신할 수 있다"며 "작년에는 들뜬 마음에 워크숍과 강의를 많이 다녔는데 저작권면에서 주의해야 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피스타치오 팔찌, 안경알 브로치 l 이자인원오원 제공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업체를 운영하고 제품을 만들면서 '업사이클링'의 정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처음에는 150만원이라는 소자본으로 창업했고 '환경친화'라는 업사이클링의 컨셉 탓에 포장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나 같은 사람때문에 업사이클 제품이 상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재활용 제품으로만 인지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패키지에도 신경쓰게 됐다고 한다.

김대표는 "처음에는 환경 문제로 여러 시비가 걸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업사이클이 디자인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서 다들 조금은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년까지는 너무 바쁘게 등 떠밀리듯이 사업을 진행했었다"며 "올해에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브랜드를 정돈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배우고 있는 일러스트를 활용해 로고도 더 다듬고, 브로셔와 같은 홍보물 제작에도 신경쓸 계획이다.


▲ 폐종이로 만든 볼펜 l 이자인원오원 제공
 

다만, 김 대표는 업사이클링이 떠오르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청년 창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몰리는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는 "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많은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는데 6개월만 지나도 60~70%가 사라지고, 1년 지나면 90%가 그만두는 것을 봤다"며 "TV에 나오는 순간 그 산업에서는 이미 후발주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그런 산업에서는 이미 선발대가 밥 그릇을 차지하고 있기에, 전공과 하고 싶은 사업분야를 잘 접목해서 '기존의 것과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 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사업을 하는 친구들과는 다른 노선이라 주목을 더 많이 받아서 좋은 점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똑같은 물건이 있으면 이미 자리잡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아예 없던 것을 하는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교수님이 걸어가는 길은 정통길이기에 교수님을 너무 믿어서도 안된다. 정통길로 성공하는 사람은 1%" 라며 "학점관리는 적당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1세대 업사이클 제품들은 딱 봐도 뭘로 만들어졌는지 1차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품들이었다면, 2세대는 한단계 더 나아가 커피가루를 분쇄해서 플라스틱 컵뚜겅을 만든다든지 한눈에 보이지 않는 2차원적인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기술들을 배우고 좀 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비즈트리뷴 권안나 기자 kany872@biz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