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해도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잰걸음'
은행권, 올해도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잰걸음'
  • 김현경
  • 승인 2019.02.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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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하나은행 발행...만기상환자금 마련·BIS비율 방어 차원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존 발행 채권의 만기가 다가오는 데다 올해 본격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에 따라 은행의 자산건전성 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을 말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EB하나은행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국내 무기명식 무보증 무담보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발행만 확정된 상태고, 발행금리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후 시장 상황을 보고, 가장 유리한 시점이라고 판단됐을 때 후순위채권 발행에 대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은 발행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이 모두 상각되는 채권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은행 등 금융사에서 자산건전성 강화 방안으로 흔히 발행한다.
 
앞서 지난달 29일 KB국민은행도 4억5000만달러(약 5048억원) 규모의 외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에 187.5bp를 가산한 수준(쿠폰금리 4.5%)이다.
 
시중은행들이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주된 배경은 바젤Ⅱ 체제에서 발행했던 채권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자본 인정금액이 줄어 BIS비율 하락 가능성이 커진 데 있다.
 

특히, 올해 본격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에 따라 은행들은 기본자본비율을 6.0% 이상, 총자본비율을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BIS비율은 15~16%로 바젤Ⅲ 최소 기준(8%)과 금융당국 권고 기준(14%)을 훨씬 웃돌고 있지만, 바젤Ⅲ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바젤Ⅱ 기준 자본증권(2013년 12월 이전 발행분)은 자본인정비율이 매년 10%씩 상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BIS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시중은행들은 수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을 앞다퉈 발행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바젤Ⅲ가 추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발행했던 후순위채 중 잔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을 경우 자본에서 차감된다"며 "자본인정금액이 줄어드니까 BIS비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 (BIS비율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은행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BIS비율을 관리한다고 과거에 조건부자본증권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의 채권 발행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조건부자본증권과 같은 자본성 증권을 발행할 때에는 BIS비율이나 여러가지 경영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정확한 자금수요가 정해지지 않는 이상 언제, 어느 정도로 (조건부자본증권을) 발행할지는 알 수 없고, 경영상 판단에 의해서 그때그때 자본 조달이 필요한 경우 발행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