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년 황창규號…'황의 법칙' KT DNA 바꿨다
취임 5년 황창규號…'황의 법칙' KT DNA 바꿨다
  • 이연춘
  • 승인 2019.02.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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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DNA' KT에 옮겨…'1등 KT' 도약 초석 쌓아
-KT 5G망·클라우드·AI 등 2023년까지 23조 투자

[비즈트리뷴=이연춘 기자]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하며, 그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이른바 비(非) PC가 될 것입니다."

2002년 2월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ISSCC) 총회에서 중년의 아시아인이 연단에 올라 던진 메시지다. 유명한 '황의 법칙(Hwang's Law)'이 세상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황의 법칙'의 주인공인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름잡는 국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황 회장은 1989년 '일본을 반드시 꺾겠다'는 마음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80년대 말 스탠퍼드대 연구원 시절 만났던 일본 히타치연구소의 부소장은 그에게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20년이 지나도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황 회장은 삼성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일본의 오만한 콧대를 꺾었다. 1994년 그가 이끄는 개발팀이 일본보다 앞서 256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한 것. 마침 256메가 D램 개발을 대외에 공표한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었다. 연구결과에 대해 일본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국제학회와 미국 HP의 호평에 일본은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계 반도체시장의 주도권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황 회장을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CEO로 키운 것은 세계적 수준의 고민과 더불어 비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영철학이 있다.

실제 취임 5년을 맞는 황 회장은 그간 KT에 1등 DNA를 겉으로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KT의 체질변화에 '황의 법칙'을 통한 혁신 DNA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끌어올리면서 축적한 '1등 DNA'를 KT에 옮겨심으며 '1등 KT'로 도약하는 초석을 쌓았다는 것. 그는 취임 당시 "임직원 모두에게는 1등 DNA가 이미 내재돼 있다"며 "KT인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KT가 주력하는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 수장을 맡으면서부터 플랫폼 사업에 공을 들인 황 회장은 최근 직원 간담회에서 "매출이 삼성의 수십 분의 1밖에 안 되지만 KT에겐 국민 기업이라고 하지 않느냐. KT가 글로벌 플랫폼 회사로 변해 성공하면 삼성은 비교도 안 될 것"이라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올해 황 회장은 5G(세대) 시대에 맞춰 사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다보스 포럼 참가자들은 황 회장에게 '미스터 5G'라는 별칭을 붙여줬다고 한다. 황 회장은 "5G는 4G처럼 빠르기만 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지능형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이 참석한 다보스 포럼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에서 그는 "5G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5G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퀄컴·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KT 표준으로 이미 제품을 제작 중"이라고도 발표했다. 특히 5G가 의료, 보안, 안전, 에너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하자 면담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중국이 반도체에 공을 들여도 한국이 금방 꺾이지는 않는다"며 "기술의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하는데, 5G 플랫폼은 국가의 미래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년 전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것처럼 2020년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5G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겠다고 황 회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KT는 2023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한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망,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고, 신입사원과 경력직 등 총 6000명의 정규직을 채용하겠다는 것.

KT그룹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분야 서비스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기가지니(GiGA Genie), IoT 등 4차 산업의 핵심 플랫폼을 개방하고, AI 테스트배드 등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검증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R&D)에 100억원, 경영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펀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황 회장은 "5G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KT그룹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에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KT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물론 5G, 10기가 인터넷 등 인프라 혁신과 AI, 빅데이터 등 ICT 융합을 선도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추진에 '첨병'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