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일거리와 일자리
[엄길청 칼럼] 일거리와 일자리
  • 승인 2019.02.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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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오랫동안 우리 사회는 먹고살기 위해 취직을 하거나 개업을 할 때, 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사적인 문제였다. 국가는 통상과 산업정책이나 통화금융이나 재정지출을 활용한 경제운용정책을 통하여 그 때 그 때의 시장경제 흐름을 돌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모두 국가가 나서서 생산력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또 지키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다.
 
기본적으로 웬만한 나라는 다 생산국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내구소비재의 수요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내구소비재라 함은 주택을 위시하여 자동차, 가전제품, 정보통신기기 등을 들 수 있는데, 점점 늘어나는 공급과잉도 문제이지만, 수요가 잘 이어지지 못하는 게 더 문제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주택이나 자동차의 보급률이 높아서 경기순환 속도가 아주 느리다. 그동안 새로운 순환역할을 해주던 모바일 정보통신 기기들도 보급이 늘어서 차츰 그 성장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 그 여파는 우리 반도체의 가격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울산에 본사가 있는 현대자동차가 광주와 협약을 맺고 소위 광주형 일자리 형식으로 광주에 자동차공장을 짓기로 했다. 임금이 울산에 비해 꽤 낮아지지만 지자체가 돈을 지원해서 생계를 보장해준다는 형식이다. 한마디로 기업과 지자체의 협업이고, 공공경제와 시장경제의 융합이다. 원래 광주는 아시아자동차가 있던 곳이다.
 
나아가 정부는 배터리분야를 또 하나의 일자리 창출의 관민협업 대상으로 보고 구미와 군산을 대상지역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배터리는 우리나라가 가장 기다리는 반도체 다음의 주력 수출상품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정부의 협의대상으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근자에 우리나라에 새로이 회자되는 말 중에 가짜 일자리란 말이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는 현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국가의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만드는 일자리를 두고 정치공세를 하면서 정가에서 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조에서도 이번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역시 가짜 일자리라고 비판을 했다.
 
본디 국가의 전략적인 시장개입은 주로 산업이든 도시든 흩어진 힘을 모으는 방식으로 하면 그 대형화나 압축효과가 잘 나오지만, 그 힘을 나누는 방식으로 하면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도 간간히 문제가 되는 대기업의 계열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다 그런 이유에서 그들이 일을 특정한 내부 기업으로 몰아주고 내부의 수익을 더 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균형 발전을 중시하는 정책프레임을 가진 정부가 나라를 맡으면 대개는 도시든 공공기관이든 기업이든 나누고 분산하려고 한다.
 
기업이나 도시가 커지고 모이는 것은 경제의 생리나 인간의 삶이 가진 특성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오랜 역사의 선진국들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대도시에 모여서 살고 또 기업들도 대기업 위주로 오래 남게 된다. 일찍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나라를 이끈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아일랜드, 대만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렇다. 이들은 그들의 국가주변에 대기업군의 대형 선진국들이 포진하고 있어 그들과의 협력관계에서 그런 특수한 기업군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공기업도 곳곳에 분산하고 행정복합도시도 새로이 만들어 놓고 이제 경쟁력 있는 대기업 공장도 나누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살아온 우리에겐 잘 나가던 산업도시에서 다시 쇠락해가는 지방도시가 되면 이런 식의 일자리공급이 필요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동차나 배터리나 모두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하고 가격이나 품질이나 성능의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더 유연한 고용구조를 가지려 할 것이고, 시장수요에 따라 공장가동을 탄력적으로 할 것이 분명하다면 그런 상황에서의 재정적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마치 수익보전형 SOC공사를 민간기업에 발주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형국이다.
 
긴 불황을 만난 조선업은 엄청난 국고를 붓고 나서도 끝내 전체의 산업회생을 위해 집중에서 더 집중을 하려고 세계 1,2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해양조선이 합병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같은 시기에 다른 처방이 나온 것이다. 이런 게 요즘의 여러 나라가 겪는 국가경제 운용의 불가측성이다. 
 
지금 일자리가 필요한 곳으로 정책적으로 분산해 가는 공장은 언젠가 다시 그곳에 일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가정의 가정재정이 원래 약하고 지역의 주민복지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이런 미필적 불완전정책의 선택이 앞으로도 다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지금 청년들이나 근로자 가정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더욱 실감하면서도, 더 온전하고 미래지향적인 온 국민의 공존성장사회를 향한  비장의 지혜는 없는지 안타깝게 바라보게 본다. 
[엄길청 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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