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⑤] 영화에서의 소리-선율법⑵
[음악으로 보는 영화이야기⑤] 영화에서의 소리-선율법⑵
  • 승인 2016.04.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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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선율법

1920년대 영화음악은 고전음악의 전통을 이어받은 작품이 많습니다.

러시아의 두 거장 세르게이 아이젠슈타인 감독과 불세출의 음악가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전함 포템킨> , 블라디미르 쇼스타코비치의 , 아담 하차투리안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영화와 음악이 만나는 실제 공연이었습니다.

현재 이러한 기획연주회도 많이 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공연장에서 보여주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지요.
 
▲ 히사이시 조 -이시타카와 산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l 출처=다음TV
 
이때 연주되는 음악은 영화에서 기록된 음악과 편곡, 연주에서 많은 차이를 가집니다.

영화에서의 장면을 강조하거나 대사의 표현을 도와주는 기능보다는 순수한 연주와 감상이 우선시 되기 때문입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과도기의 음악은 찰리 채플린의 작품들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Lime Light, Modern times에서의 감성적인 그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성영화의 실시간 연주에 비해 기술과 시간, 비용의 효율 면에서 악기의 편성은 간단했습니다.

규모가 커도 실내악 정도였습니다. 모든 연주자가 녹음실에 모여 한 번의 연주로 모든 음악을 녹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잘 할 때까지 무한 반복이며 편집은 불가능했습니다.

아래 왼쪽사진의 나이 지긋한 여성이 작동중인 기계가 녹음기 입니다.

 지금의 Tape, HDD, CD등의 매체가 아닌 마이크로폰으로 모은 소리를 지금의 LP 레코드(vinyl record)에 바로 바늘의 진동을 기록 하는 방식 이었습니다.

마이크 기술 또한 불확실하여 한 방향의 소리와 일정거리 이내의 소리만 녹음이 가능했습니다.

중간 규모의 편성은 오른쪽 사진의 깔대기 모양의 집음기를 사용해 직접 LP 스템퍼(Negative LP라고 하며 도장과 같은 역할입니다)에 기록했습니다.

지금의 Tape Recorder, Film Recorder는 1935년 독일 AEG에서 전쟁과 정치 선동을 위한 방송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이후 녹음기술은 자유로운 편집(자르기, 붙이기, 음량의 증폭, 축소 등)이 가능해 집니다. 이 시기에 지금 사용하는 마이크로폰(이하 MIC)의 원형 또한 같이 개발됩니다.

▲ Recording Studio in 1920~1930 l 출처=구글
 
                  
1927년 <재즈싱어>로 시작된 유성영화는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화질 음질의 개선이 이루어지며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로 디즈니를 꼽습니다. 백설공주는 1937 년 당시 기술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방송의 음향제작 방법을 도입했고 정교한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동기화는 현재에도 교과서로 남아 있으며 이를 S/W로 옮긴 Auto Animator가 있습니다.

이 상업적 성공은 1940년 피노키오와 같은 해 개봉한 최초의 스테레오 영화인 판타지아로 이어지게 됩니다.
      

▲ (왼쪽부터) Pinocchio,1940 / Fantasia,1940 l 출처=네이버영화
 

When You Wish Upon a Star From Movie Composed by Leigh Starl
 
▲ 출처=네이버영화
 
        
Over the Rainbow From Movie Composed by Harold Arie

▲ 출처= 네이버영화
 

 Tara's Theme from Movie Composed by Max Steiner


 

 
당시 1940년 전후는 2차 대전 중이었습니다.

참전군인들의 상실감은 어느 곳에도 소속되거나 융화되지 못하는 이방적인 성향을 띄게 됩니다.

<피노키오>의 주인공,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꿈꾸는 소녀 도로시, 양철인간, 겁장이 사지 또한 이방인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는 의리파에 다혈질로서 남북전쟁 당시 미국의 여성상에는 정 반대의 성격이며 가부장적인 남성상에 가치를 두던 시대상황과  레드 버틀러는 순정파였습니다.   

세 곡 모두 세월을 초월해 지금도 사랑 받는 곡들입니다.

이 세 작품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빨간 머리 음표들입니다.

옥타브를 건너 뛰며 선율이 시작 됩니다.

지난 글에서 선율은 시간의 축을 만드는 도약(Skip)과 순차(Step) 리듬조합이라 썼습니다. 화음은 공간, 색감을 만듭니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다음에 이런 리듬으로 이 음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며 간혹 그 예상이 맞을 때 묘한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선율에 있어서의 가장 기본은 도약과 순차입니다. 레, 파를 건너뛰고 도, 레 미 파 솔 이렇게 3개의 음표로 만든 선율이 있다면 어디선가 나타나 해결(반 자리를 채움) 한다는 것입니다.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보겠습니다.

↑(옥타브 위로 도약) → (같은 음)↓(옥타브 아래 도약) 3↗ (다음 3칸 위 음) 3↘(다음 3칸 아래 음) 이렇게 표기의 예를 만들겠습니다.

처음 2 마디 가사인 When ↑ You 2↘ Wish 2↘U 2↘pon ↗2 a↑ Star는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고 다음 두 마디는 처음 두 마디의 3음 위에서 반복 됩니다.

빠진 음표들을 찾아보세요. 첫 두 마디는 시 음이 빠져 있고 다음 두 마디는 레 음이 빠져있습니다.

가사 있는 노래의 경우 단어의 억양에 맞추어 선율과 리듬을 만들게 됩니다.

가사의 느낌은 희망과 마음의 위안을 주는 듯 합니다.

첫 네 마디의 가사는 도약형  다음 5번째 마디는 음계로 가사에 옷을 입히듯 차분하게 내려가는 순차선율의 조합입니다.

건너뛴 자리의 음표들이 빠짐없이 다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나의 선율에서 많은 의미를 찾게 됩니다.

이것의 적절한 우리말 표현이 없는데 Word Painting이라 합니다. 장면 혹은 대사에 음악으로 감정의 색을 입히는 것입니다.

(01_When You_VN Solo_With_Strings.mp3 02_When You_Pf Solo.mp3 03_When You_Ob_Pf.mp3 
04_When You_VC_Harp.mp3 4개의 음원 파일이 있습니다. 8마디 듣기. 악기와 연주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Remix음악들이 있습니다. 같은 선율이나 다른 가수, 다른 편곡, 전혀 다른 음악의 느낌을 받습니다.  
 
                                                        
▲ 관현악 편곡 예 l 출처=심상범
 
줄곧 많은 소재가 되는 고전음악 또한 장면에 맞는 간결한 편곡, 다른 악기의 편성(피아노 독주곡을 관현악으로 또는 관현악곡을 독주곡으로)을 통해 음악의 확대 축소의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영원 불변의 고전음악이라 생각하겠지만 감독, 음악감독의 상상과 배우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됩니다.

영화음악은 정교한 편곡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같은 선율이라도 사용하는 악기와 화음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되고 비 현실의 세계를 상상하며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두 곡 Over the Rainbow, Tara's Theme 도 어디서 음이 도약하고 어떠한 악기가 도약한 음을 해결하며 내러티브와 장면을 표현을 가사의 의미와 단어에 맞춘 선율과 악기의 움직임을 들으며 십자말 풀이 하듯 찾아보면 음악, 언어, 장면이 더 재미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음악칼럼니스트 심상범 gabrielshi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