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세뱃돈, 자산가 자녀들처럼 투자해 볼까?
우리 아이 세뱃돈, 자산가 자녀들처럼 투자해 볼까?
  • 어예진
  • 승인 2019.02.0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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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가, 사전증여·비상장주식 선호 추세
 
 

 

 미국에서 글로벌 기업의 부 CEO로 재직 중인 류 모씨(52세)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14세, 16세인 두 자녀를 거실에 불러 모았다. 류씨는 우량 안정주 위주로 선별한 주식 종목을 나열한 뒤, 아이들에게 각자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고르게 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그 회사를 나름의 방식으로 분석한 뒤 5종목씩 골랐다. 류씨는 아이들이 그동안 저축해온 돈 각각 1700달러, 8700달러로 아이들이 고른 종목들을 그들의 이름으로 매수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보유한 대표 종목은 다음과 같다.


나이키 그리고 아마존.  나이키: 2008년 2월1일 종가 15.63달러, 2019 1월31일 종가 81.88달러


아마존 : 2008년 2월1일 종가 74.63 달러, 2019 1월31일 종가 1718.73달러


 
현재 모두 직장인이 된 류씨의 자녀들은 "개별 종목은 이제 위험성이 있다"며 "펀드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비즈트리뷴=어예진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세뱃돈 받을 생각에 한껏 들떠있다. 세뱃돈은 사고싶은 물건을 사버리거나, 부모의 지갑으로 들어 가기 일쑤지만, 증권계좌에 차곡차곡 넣어 장기투자를 해보는 것도 자녀의 미래 자산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해외부모들은 자녀에게 어떤 투자를 해줄까
 
해외에서는 자산가들을 비롯한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산관리, 경제 교육에 관심이 많다. 자산가가 아니어도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외국의 자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주식이나 투자 상품에 관심이 크다.
 
지난해 7월부터 8월 한 달간, 버스타 리서치(versta research)가 웰스파고 프라이빗 뱅크의 의뢰를 받아 1003세대, 최소 100만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부모의 22~26세 자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중 절반(48%)은 자신의 부모가 자산관리사 또는 재정전문가와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22%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자산관리사와 만난적이 있다고 답했다. 3%는 그들과 규칙적으로 만난다고 했다. 자산관리사를 만난적이 없는 88%도 '자산관리사를 규칙적으로 만난다면 자신들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백만장자의 자녀들은 기본적인 금융이해도(Finacial Literacy)를 배우고 자신과 가족의 자산을 지키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해외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프라이빗뱅커(PB)와 함께 주식, 펀드, 채권 등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도 구축한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대학에 갈 때까지, 결혼을 할 때까지 시기별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투자 수단을 고른다.

자녀에 대한 경제 교육도 자산관리의 일부로 여긴다. 자산가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것 보다 관리하고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투자에 대한 개념은 물론 책임감을 심어 주기 위해 평균 12세 이상의 자녀들에게는 모의 투자게임도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국내 자산가들은 자녀에게 어떤 투자를 해줄까
 
국내 자산가들 역시 자녀의 자산 관리에 관심이 크다. 본인들이 직접 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권사 프라이빗 오피스 PB들의 자문을 받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부모 고객들은 우량주를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기를 원한다. 이럴 경우에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업청산가치부터 PBR(주가순자산비율), 배당여부 등 되도록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요소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산가들의 투자를 담당하는 A증권사 PB는 “현 시장 상황에서는 우량주 투자보다 펀드 분할입금이 좀 더 안정적이라고 본다”며 “신영 주니어경제박사 처럼 어린이펀드의 경우 같은 성격의 자금이 오랫동안 모인 펀드인데, 시장이 어려울 때에도 다른 펀드대비 수급면에서 늘 좋았다. 소액투자도 가능해 자녀에게 꾸준한 투자 습관을 들이기에도 좋다. 상시로 추천 중”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해줄 경우, 납입액 중 2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수익분도 증여세 비과세에 해당해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실제로 어린이펀드의 최근 5년 수익률을 보면, '미래에셋 우리아이 친디아 업종대표'가 41.87%로 가장 높았고, '한국투자 한국의힘 아이사랑 적립식 펀드'가 32.67%, '신영 주니어경제박사'가 26.06%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자산가들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다수가 모르는 고급 정보들로 장래가 유망한 기업만 잘 고른다면 남들보다 더 빠르고 더 싸게 가치투자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B증권사에서 자산가들의 투자를 관리하는 PB는 “증여를 통해 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이나 펀드를 사줬다가 오히려 원금을 손해볼 가능성도 있다”며 “비상장주식의 경우 기업공개 후 대부분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최대 3년 투자를 내다보고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편에서는 투자보다 사전 증여를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놓기도 한다. 절세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한 증권가 PB는 “요즘은 거액자산가들은 자녀들에게 빨리 빨리 증여를 하는 추세”라며 “최대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 보다 더 빠른 방법으로 여기고 있어, 우리도 사전증여의 중요성을 1번으로 드리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