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M&A 서막…KB·신한 '롯데캐피탈' vs 우리 '아주캐피탈'
금융지주 M&A 서막…KB·신한 '롯데캐피탈' vs 우리 '아주캐피탈'
  • 김현경
  • 승인 2019.01.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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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아주캐피탈, 그룹 시너지 극대화 차원 매력적 매물"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가운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다음달 12일 예정된 롯데캐피탈 예비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에 외형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간 리딩뱅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다음달 12일 롯데캐피탈의 예비입찰을 시행한다.
 
업계에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롯데캐피탈 인수전 참가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총자산 7조1744억원으로 업계 3위인 롯데캐피탈이 매년 1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캐피탈은 오랜 사업 경험과 가계·기업·자동차금융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 확보 등 우수한 사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매력적인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순이익도 2015년 889억원, 2016년 1055억원, 2017년 1175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지만, 내수경기 둔화와 대출규제 강화, 업권 경쟁 심화 등으로 캐피털 업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롯데캐피탈은 롯데그룹 계열 관련 여신 잔액이 전체 영업자산의 10% 미만으로, 그룹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룹 의존도가 높으면 매각 시 영업실적과 수익구조에 큰 영향을 받게 되지만, 롯데캐피탈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비은행부문 강화와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를 의미하는 '원(One) KB'와 '원 신한'을 각각의 경영 목표로 내걸고 있는 만큼 롯데캐피탈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이란 시각이다. 여기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뱅크를 두고 격돌하고 있는 만큼 두 금융사 모두 롯데캐피탈 인수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일 공산이 크다.
 
총자산 5조8072억원의 업계 6위인 신한캐피탈이 롯데캐피탈과 통합할 경우 단숨에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도 신한금융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금은 가능성을 열어둔 정도고, M&A는 참여했다가 중간에 발을 뺄 수도 있고 실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면서도 "롯데캐피탈은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들여다볼 만한 매물이라고 (위에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캐피털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KB금융과 신한금융 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공식 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시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캐피털,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 중소형사 위주의 적극적인 M&A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7년 7월 사모펀드(PEF)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03%를 3100억원에 인수할 때 1000억원을 출자하면서 펀드 만기 시점에 실행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상황이다. 업계는 펀드 만기시점인 오는 7월 이후 우리은행이 청구권 행사를 통해 아주캐피탈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총자산 4조7049억원으로, 지난해 909억6900만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업계 7위권 회사다. 지난 2017년 순익(537억9265만원) 대비 실적이 69.1%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주캐피탈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수수료 비용 감소 등 적극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다. 또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금융자산을 줄이고 기업금융, 개인금융 부문을 확대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지표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는 아주캐피탈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이미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아주캐피탈의 경우 꾸준히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손태승 회장이 올해 상반기부터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마침 올해 7월에 펀드 만기가 돌아오면서 타이밍적으로도 잘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