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에너지와 배터리
[엄길청 칼럼] 에너지와 배터리
  • 승인 2019.01.3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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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오랫동안 기업이익을 추정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야속한 것이 바로 국제유가와 국제금리였다. 사람 밖에 없는 나라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해 겨우 원가를 줄여놓으면 하루아침에 국제유가가 급등해 매출총이익을 다시 적자로 만들고, 어느 날은 해외 금리가 상승해 영업이익을 다시 적자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 놓고 임금 한번 제대로 올려보지 못한 나라이고, 그래서 유가와 금리에 한이 맺힌 나라다. 1970년대의 두 번의 오일쇼크나 1990년대의 외환위기로 닥친 천정부지의 고금리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고비였다.

그런 우리가 지금 미국보다도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발전원가에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이제 새로운 에너지 이동저장 수단인 배터리부문에서 소리 없는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019년 벽두부터 독일은 오는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없앤다고 발표했다. 독일 전체 전기제조의 4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폐기문제는 독일이 이미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2050년까지의 탄소배출 감소 목표인 90% 감축을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다.

이렇게 하여 이제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에너지의 중심축을 자연에서 오는 재생에너지인 풍력이나 태양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의 구조가 석유나 석탄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점차 첨단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신재생 에너지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실제로 석탄 에너지기술의 본거지인 함부르크에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회사들이 100여개나 유치돼 새로운 독일의 결심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9년 들어 전기차나 수소차, 자율자동차 등의 소식도 급류를 타기 시작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당연히 배터리에도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잇는 다음의 우리나라 대표의 전략적 지식산업 먹 거리로 부상하는 배터리는 모바일시대의 공로자이며, 나아가 자율운영 기술체계의 중심 인프라기능이다. 이전의 반도체와 유사한 패러다임으로 배터리는 지금 빠르게 진화하는 중인데, 소량화 경량화 지속화 강력화 장기화 유연화 저원가화를 바탕으로 한 기술의 진화가 이제 막 임계량(critical mass)를 통과하는 느낌을 준다. 

우리가 많이 얘기하는 스마트세상은 현재의 기술체계에서는 모두 배터리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세계다.

지금 우리는 두 개의 배터리 회사가 선두그룹에서 선전 중이고 하나가 그 뒤를 잇고 있는데. 현재 수준으로 세계 4위인 LG화학과 6위인 삼성SDI가 있고, 다음으로 SK이노베이션이 뛰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우리의 명품기업들이다.

이들은 모두 석유화학 소재와 전기에너지 기술진화의 경험이 풍부한 연구개발 지향기업들이다. LG화학은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기술의 원조이고, 이전의 이름이 삼성전관인 삼성SDI는 진공관, 트랜지스터, IC회로를 거쳐 반도체 칩으로 변해오는 전자전기제품 기술진화의 세계적인 주역이다. 그런가 하면 SK이노베이션은 그 뿌리가 대한석유공사를 모체로 한 국영석유회사 출신으로 이후 민영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에너지 혁신기술에 몰두한 역전의 에너지기술 전문기업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LG, SK그룹의 주력기업으로 이미 브랜드 전략이 따로 필요치 않은 글로벌기업의 멤버이며, 그룹사들이 현재 많은 이익을 내고 있어 자체 자금원도 풍부한 기업군이다. 무엇보다 그룹 내에 연관 기술과 내부수요가 뒷받침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의 연관수요도 이들에겐 큰 힘이 될 만한 수준이다.

오늘의 반도체도 그러하지만 배터리부문도 2050년에 가면 상위 3대 글로벌 기업이 세계시장을 80% 점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있다. 우리의 대표기업들이 현재 4위, 6위 정도의 수준에 있지만 이후의 총력전이 전개되면 우리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반도체도 이전의 선두주자인 NEC, 도시바, 하다치 등 일본 주요기업들이 신제품 출시와 원가경쟁 과정에서 물러서면서 우리가 내부의 기술혁신으로 그 자리를 차고 들어갔듯이 배터리도 우리는 그런 혁신전략 구사가 가능한 나라다.

지금 선두그룹에서 파나소닉, CATL, BYD, PEVE, AESC 등과 우리 3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그들이 주로 일본 기업들의 수평적인 합작사들인 구조에서 우리는 그들의 경쟁력을 극복할 전략적이고 유연한 통합적인 일원경영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일본기업 합작사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바일, 가전, ESS, 자동차 등의 연관 산업기반을 가진 통합적 기술그룹들인 삼성, LG, SK가 직접 참여한 상황이라 국가의 전략적 지원이 가세하면 반드시 제2의 반도체로 다가설 것이다.

이 분야가 미국과 중국에서 수요가 많은 기술제품이라 환경기준이나 보조금 문제 등으로 정책적인 변수가 많지만, 이전에 사드 역풍이나 트럼프 강풍에 경험을 쌓은 우리 3사는 지금 조심스러운 힘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과 일본 간의 배터리분야의 글로벌 대회전, 그 시간이 빨라지는 시점이 2019년으로 보인다. 
 
[엄길청 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