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 일감 늘어난 건설업계 반색…"땅투기 가능성 대책마련돼야 "
예타면제, 일감 늘어난 건설업계 반색…"땅투기 가능성 대책마련돼야 "
  • 구동환
  • 승인 2019.01.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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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구동환 기자] 정부가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결정이 나자 건설업계는 대체로 환영했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이뤄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약 24조원 규모 23개 지역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 규모만 20조원에 달한다.

 

강영길 대한건설협회 주택·인프라 국제협력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SOC 예산이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이번에 예타 면제 대상이 발표되면서 건설·인프라 분야의 사업 투자가 증가하게 돼 매우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SOC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감이 늘어나는 동시에 주택사업 말고는 신규 사업이 없어 고사 직전에 있던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이 회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먹을거리 찾기에 부심하던 업계도 이번 발표에 반색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수립하는 와중에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됐다"며 "예타

면제에 따른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조기에 일감을 확보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침체된 건설업계 전반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며 "물량이 늘고 발주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건설시장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타 면제 사업 활성화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문중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실장은 "대규모 공사를 집행하면 원도급은 종합건설업체가 맡겠지만, 시설물 일부나 전문분야의 시공을 맡는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전반적인 건설물량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예타 면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국토 균형 발전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특히 건설 부문과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억원을 투입했을 때 늘어나는 고용을 보여주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은 2014년 기준 5.9명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인 반도체(3.1명)의 두배에 달한다.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타는 정부의 재정이 대거 투입되는 투자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타당성 유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예타를 통해 약 141조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예타가 가져온 순기능이 있는 만큼 이를 면제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교수는 "예타를 면제해 필요한 사업을 빨리 진행하려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선례로 남아 곳곳에서 예타를 면제해달라는 요구가 빈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꼭 해야 할 사업 위주로 계획적이고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타를 통과하고도 해당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두고두고 상당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건설사로서도 사업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예타 면제 지역의 부동산 상황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권 교수는 "개발지역은 부동산, 특히 토지 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당국이 예타 면제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땅값이 오를 경우 규제정책을 펼 수 있게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